미국의 전쟁 영웅 고(故)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69) 여사가 세계 최대 인도적 지원 단체인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 WFP는 2일(현지 시각) “신디 매케인이 차기 WFP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취둥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총장이 WFP 이사회와 상의해 (매케인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취동위 사무총장은 “매케인 여사는 오랫동안 목소리 없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내온 인권의 옹호자”라고 했다. 미국이 WFP의 필요 자금 절반 이상을 지원하는 최대 공여국이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의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디는 2020년 미 대선 당시 같은 공화당원이지만 생전의 남편과 앙숙 관계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남편의 상원의원 동료로서 가족 간 친분이 두터웠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포로로) 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등 베트남에서 5년 넘게 포로 생활을 한 매케인 의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자주 했고, 2018년 그가 뇌종양으로 세상을 뜬 후에도 이를 멈추지 않았다. 바이든은 애리조나의 맥주 판매 회사 ‘헨슬리 앤드 코’ 상속녀로 재산과 영향력을 모두 갖고 있는 신디의 도움으로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주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바이든은 취임 후 신디를 로마 주재 유엔 기구(FAO·WFP·국제농업개발기금)의 대사로 임명해 보답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정학적 참화 속에 세계적으로 3억4900만명이란 기록적으로 많은 사람이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그 해결에 필요한 자원을 모으는 데는 남편을 위해 선거운동을 해본 신디의 경험이나 미국 정치인들과의 관계가 꼭 필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미 의회의 공화당 의원 중에 WFP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어 이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