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관이 미국 뉴욕시 맨해튼 한복판에서 ‘묻지 마 폭행’을 당했다. 주(駐)유엔 한국대표부는 10일(현지 시각) “주유엔 대표부 소속 주재 외교관 1명이 지난 9일 밤 맨해튼 시내에서 신원불상의 남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부상을 입었다”며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퇴원해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교관은 참사관급으로 환경업무 등을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지 매체 뉴욕포스트는 뉴욕 경찰을 인용해 “피해자는 53세 남성으로, 이날 밤 8시 10분경 친구와 함께 길을 걷다가 용의자로부터 갑작스럽게 얼굴을 구타당해 코뼈가 부러졌다”며 “범인에게 아무런 말도 먼저 걸지 않았고, 폭행을 당하자 용의자에게 외교관 신분증을 내보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대표부는 “피해 외교관이 코뼈가 부러져 응급 접합 수술을 받았다”며 “구타당한 뒤 지인과 함께 용의자를 강하게 제지해서 추가 피해를 막았고, 911에 즉시 신고했다”고 밝혔다. 참사관급의 이 외교관은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민들 사이에선 그간 주로 증오범죄의 표적이 됐던 노약자나 여성이 아닌 건장한 남성 외교관까지 피해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놀라는 분위기다. 지난달엔 뉴욕 브루클린의 식료품점에서 60대 한인 업주가 공짜로 물품을 달라고 요구하는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고, 맨해튼 지하철 역사에선 40대 중국계 여성이 노숙자에게 선로로 떠밀려 사망하기도 했다. 중국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미 대도시들의 치안 공백까지 커지며 아시아계 증오 범죄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