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 내에 있는 무명용사 추모비가 건립 100주년을 맞아 일반에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국립묘지 측은 추모비 건립 100주년 기념일(11일)에 앞서 9~1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현지 시각)까지 일반인들이 비석까지 와서 직접 헌화할 수 있게 했다. 이틀뿐이지만 이번 개방이 주목을 끄는 것은 이 공간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올드가드'로 불리는 미 3보병연대 소속 근위병이 알링턴국립묘지 내 무명용사 추모비를 지키고 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알링턴 국립묘지는 남북전쟁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미국이 치렀던 수많은 전쟁에서 희생된 군인 40여 만명이 묻힌 곳이다. 이 중 신원 미확인 전몰장병의 넋을 위로하는 무명용사 추모비는 평소 일반인들의 접근이 엄격히 제한된 ‘성역’으로 여겨져 왔다. 뉴욕타임스는 “1948년 이후 이곳은 근위병들이 경비하면서 일반인 접근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올드 가드(Old Guard)’로 불리는 미 육군 3보병연대 소속 자원자 중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된 근위병들이 제복을 입고 경비를 선다. 워싱턴DC를 방문하는 외국 정상들이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추모비는 1차 대전의 상흔이 가시지 않았던 1921년 건립됐다. 당시 뉴욕주 출신 연방하원의원이자 1차 대전 참전용사인 해밀턴 피시 3세가 건립을 제안했다. 프랑스에 묻혀있던 신원 미확인 시신 한 구를 송환해 1921년 11월 11일 첫 안장식을 가졌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 전선과 6·25전쟁이 벌어졌던 한국에서 수습된 미확인 미군 시신 각 1명이 추가로 안장됐다. 또 베트남에서 전사한 미확인 미군 시신이 안장됐지만 추후 신원이 확인되면서 1998년에 이장됐다. 현재 석관 1개와 지하 무덤 3개 중 지하 무덤 1개는 비어있다. 이런 역사 때문에 무명용사 추모비는 전몰장병을 귀국·귀향시키는 미국의 집념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