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텍사스주에서 1일(현지 시각) 임신 6주 이후의 인공임신중절을 막는 강력한 낙태제한법이 발효되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이 인근 주의 낙태 전문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2일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주 경계선에서 100마일(약 160㎞) 떨어져 있는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 시티의 ‘트러스트 위민 클리닉’은 지난 이틀 동안 평소보다 2배 많은 80건의 예약을 받았는데, 그중 3분의 2가 텍사스주에 사는 환자였다.
콜로라도주, 뉴멕시코주 등에서 여러 곳의 낙태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플랜드 페어런트후드 오브 로키 마운틴즈’(이하 플랜드)는 텍사스주에서 오는 환자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중절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추가 고용할 예정이라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플랜드에서 일하는 에이드리언 만사나레스는 “텍사스 환자들이 벌써 예약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욕에 기반을 둔 낙태 옹호단체 ‘거트마커 인스티튜트’는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텍사스 여성들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평균 12마일(약 19㎞)에서 248마일(약 400㎞)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대법원이 1일 텍사스주의 낙태제한법이 시행되지 못하게 막아 달라는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의 긴급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성명을 내고 비난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과 진보 성향의 대법관 3명은 이 긴급 요청을 수용하려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의 대법관을 포함한 보수 성향 대법관 5명의 반대로 무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대법원의 결정은 여성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며 “이 (텍사스)법은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강간이나 근친 간 임신 사례에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결정에 대응할 범정부적 노력을 하도록 지시하고, 보건복지부와 법무부에 텍사스 여성들이 안전하고 합법적 낙태를 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살펴보도록 했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 결정이 나온 뒤 플로리다주, 사우스다코타주 등의 공화당 정치인들이 텍사스주와 같은 낙태금지법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임신 초기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던 미주리주, 켄터키주, 테네시주 등 12개 주도 텍사스주의 선례를 따라 법을 시행하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