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 브리핑에 참석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발언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마크 에스퍼 국방장과을 전격 경질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전까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키는대로 권한을 행사하는 이른바 ‘무자비한 레임덕’ 시나리오가 현실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아주 존경받는 크리스토퍼 C. 밀러 대테러센터국장이 국방장관 대행이 될 거라는 걸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밀러는 잘 해낼 것!”이라며 “마크 에스퍼는 해임됐다. 나는 그의 공직에 감사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 국방장관 대행으로 지명된 크리스토퍼 밀러 대테러센터장이 지난 9월 24일 상원 국토안보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그간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연합뉴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까지 ‘무자비한 레임덕’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레임덕 기간에 눈치 보지 않고 내키는 대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심기를 거슬렀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고위 관료들을 막판에 해고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올해 미국을 휩쓸었던 인종차별 반대시위에 군을 동원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 반기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됐다. 에스퍼 장관은 올 대선 직전 이미 사표를 준비해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임기를 70여일 남겨놓고 내각의 핵심 요직인 국방장관을 해임한 것은 이례적이다.

폴리티코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까지 자신 때문에 수사를 받아 감옥에 가 있거나 기소된 측근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면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문제가 생길 만한 백악관의 기록물을 대거 소각하고 떠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