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국 최고 등급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 수여식이 열렸다. 긴장한 듯 잔뜩 얼굴이 굳어있던 올해 수훈자 토머스 패트릭 페인(36) 미 육군 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메달을 걸어주고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자 비로소 엷은 미소를 띄었다.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백악관에서 올해 명예훈장 수훈자인 미 육군 토머스 패트릭 페인 원사에게 훈장을 걸어주고 있다.

전장에서 최고의 무공을 세운 군인에게 수여하는 무공훈장은 미군에게 일생일대의 영예다. 1941년 이후에는 생존자보다 전몰자에게 사후 수여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페인 원사는 2015년 10월 22일 이라크를 점령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에 의해 억류된 인질 구출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공로로 올해 수훈자로 선정됐다. 그는 불타 무너지는 건물더미에서 수십명의 인질을 구출하고 가장 마지막에 빠져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마크 펜스 부통령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및 군 최고 수뇌부 들이 총출동한 수여식에서 당사자인 페인 원사 못지 않게 주인공 대접을 받은 군인이 또 있었다. 페인과 함께 싸우다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상관 조시 휠러 상사였다.

구출닥전 당시 중사였던 페인이 속해있던 미 특수전 사령부 부대원들은 깊은 밤 헬기를 이용해 침투한 뒤 IS가 인질을 억류한 건물을 급습했다. 인질 75명을 성공적으로 구출하고, IS병력 20명을 사살한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희생도 있었다. 조시 휠러 상사가 전사한 것이다. 휠러는 페인이 믿고 따르던 ‘멘토’이기도 했다.

미군과 연합한 쿠르드군 전력이 한발 앞서 건물에 진입했다가 IS의 총탄공격을 받는 상황에 처하자, 휠러는 망설이지 않고 지원부대를 이끌고 적진으로 돌격했다. 그가 총탄을 맞고 쓰러져 의무병의 긴급 조치를 받는 사이 페인을 포함한 나머지 부대원들이 교전을 벌여 IS 병력을 제압했다. 이날 작전은 미군이 IS와의 교전에서 처음으로 사망자를 낸 사례였다.

페인은 명예훈장 수훈자로 선정된 뒤 언론 인터뷰에서 기쁨보다는 착잡한 감정을 내비쳤다. 미 군사전문지 성조지에 따르면 그는 “나는 명예훈장의 수훈자가 아닌 수호자”라며 “나와 함께 싸운 전우들이 쌓은 유산이 이 훈장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전장에서 멘토를 잃은 뒤 괴로워하기도 했던 페인은 특별한 방법으로 휠러 상사를 기렸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조시’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페인은 “그는 미국의 영웅이며, 목숨을 바쳐 희생한 그의 유산은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예년보다 훨씬 단출한 규모로 열린 수여식의 초청 내빈 중에는 휠러 상사의 부인인 애슐리 휠러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려사 도중 애슐리 휠러를 잠시 일으켜세웠고 내빈들과 함께 직접 박수를 치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조쉬 휠러 상사와 같은 용감한 군인들의 희생으로 오늘날 미국이 굳건하게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