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배제 방침에 뉴욕-캘리포니아주-민주당 등 반발<br>조사 결과 따라 연방하원 의석수 결정돼

올해는 10년마다 실시하는 미국 인구·주택 총조사(센서스)가 실시되는 해다. 그런데 이번 센서스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체류자를 인구 집계에서 배제하고 시민권자 여부 문항을 신설하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에 이민자·불법체류자 인구가 많은 주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반발하며 잇딴 행정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이어진 법정싸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밀리는 형국이다.

UPI 연합뉴스 뉴욕주 등 일부 주와 이민자 단체들이 센서스 집계에서 불법체류자를 삭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막아달라며 낸 소송 서류. 법원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뉴욕 연방 법원이 10일 불법체류자들을 인구조사에서 빼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취소해달라며 뉴욕주 등 38개 지방정부와 이민자 민권단체들이 연합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불법 체류자도 주민의 자격이 있기 때문에 인구조사 집계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대통령 지시는 규정된 권한을 넘어섰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들은 트럼프가 지난 7월 트럼프가 이 같은 지시를 내리자 반발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불법체류자 수백만 명이 집계되지 않을 경우 인구 조사 결과가 심각하게 왜곡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 방침에 반발해왔다.

이 판결에 앞서 지난 5일에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가 올해 센서스 집계조사를 당초 예정된 10월 말에서 한 달 앞당긴 9월 말에 종료하려는 정부 방침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시민단체들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심문 기일인 오는 17일까지 정부의 조기 종료 방침은 일시적으로 효력을 잃었다. “갑자기 일찍 끝낼 경우 소수 인종에 대한 부분이 간과돼 제대로 반영이 안될 수 있다”는 원고 측 주장을 법원이 인용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또 올해 센서스를 시작하면서 응답자가 미국 시민권자인지 확인하는 항목을 인구조사에 넣으려고 했었는데, 이 시도 역시 소송전에 휘말렸고, 대법원의 판단으로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시민권자가 아님이 들통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한 이민자나 불법체류자들의 응답률이 낮아져, 인구조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사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은 연방헌법에 따라 전국 센서스를 10년 단위로 하고 있다. 센서스는 단순 인구 조사가 아니다. 각 주별 인구 집계 결과에 따라 1조5000억 달러 상당의 연방 자금을 어떤 주에 더 많이 줄지가 결정된다. 주마다 제각각인 연방 하원 의석수도 센서스 조사에 따라 결정된다. 인구 조사가 정치 지형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민권자 여부를 묻고, 불법체류자를 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이 알려지자 이민자·불법체류자 비중이 높은 뉴욕주·캘리포니아주 등이 거세게 반발해왔다. 이들 주는 또한 민주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