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으로 아파트 잔해에 파묻혔던 타하 에르뎀(17·가운데)과 그의 어머니 젤리하 에르뎀(왼쪽), 아버지 알리 에르뎀이 구조된 후 다시 만났다. /AP연합뉴스

“죽음은 생각하지 못할 때 와”

튀르키예 지진으로 건물 잔해에 파묻힌 한 17세 고교생이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예견하며 남긴 영상이 공개돼 심금을 울리고 있다. 다행히 이 소년은 지진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조됐다고 한다.

19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튀르키예 중동부 아디야만에도 규모 7.8 강진이 덮쳤다. 노동자 거주 구역에 위치한 4층 아파트에서 자던 타하 에르뎀(17)은 격렬한 진동으로 잠에서 깼다. 그러나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 어머니, 두 명의 동생을 살필 겨를도 없이 건물은 10초 만에 무너져 내렸다.

타하가 다시 의식을 회복했을 때는 수천 톤의 건물 잔해 속에 갇힌 상황이었다. 가족들도 보이지 않았다. 여진이 이어지면서 주변 콘크리트 덩어리와 철근이 그를 조여왔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타하는 휴대전화를 꺼내 영상으로 작별 인사를 남기기 시작했다.

타하 에르뎀이 건물 안에서 유언을 남기는 영상 / TRT월드 트위터

영상에서 타하는 손을 덜덜 떨면서 “이것이 내가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마지막 비디오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여긴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죽음이란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을 때 닥쳐오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아랍어로 된 기도문을 읊었다.

타하는 “후회되는 일들이 많다. 신께서 내 죄를 다 용서해 주시길”이라며 “오늘 살아서 나갈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다. 이어 “아직도 떨리는 건 내 손이 아니라 지진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가족들이 이미 사망했다고 믿으면서 자신도 곧 그들을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영상에는 건물에 갇혀 있는 다른 이들의 비명소리와 굉음이 들렸다.

다행히 타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구조됐다. 이 아파트에서 가장 먼저 구조된 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고 한다. 그의 부모와 동생들도 지진 발생 10시간 만에 발견됐다. 지역 주민들이 맨손으로 건물을 파헤치며 이들을 구해냈다고 한다.

건물에 깔린 이후 타하의 어머니는 타하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생사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대답이 없어 타하가 세상을 떠났다고 믿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타하의 생존 소식을 듣게 된 어머니 “아들이 살았다는 것을 안 그 순간 온 세상이 내 것 같았다”고 심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