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중국의 장쑤 위성 TV의 송년특집 무대에 대만 출신 가수 등려군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했다/ 장쑤위성TV

대만 출신 가수 등려군(鄧麗君·1953~1995)이 중국 송년특집 방송에서 홀로그램으로 부활했다. 등려군은 ‘첨밀밀’ ‘월량대표아적심’ 등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인물이다.

7일 외신에 따르면, 등려군은 지난달 31일 중국 장쑤위성TV의 송년특집 무대에 홀로그램 이미지로 나타났다. 파란 치파오를 입고 무대 아래에서 서서히 등장한 등려군은 중국 가수 저우선과 함께 자신의 노래 ‘소성고사’를 비롯해 총 3곡을 소화했다.

등려군은 이날 무대에서 빨간 드레스와 회색 드레스를 번갈아 입었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했다. 노래를 마친 후에는 “장쑤TV에서 저우선과 함께 노래를 불러 기쁘다”며 “행복한 새해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시각효과(VFX) 기술을 가진 홍콩 기업 ‘디지털도메인 홀딩스’가 이번 무대에 참여해 등려군을 가상인간으로 복원했다.

중국 장쑤위성TV에서 가상인간으로 복원된 등려군 /장쑤위성TV

대만 네티즌들은 ‘가상인간’ 등려군을 반기는 한편, 중국 무대에 등장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등려군이 생전 중국 본토를 한 번도 밟지 않았으며, 반(反)공산당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등려군은 대만 국민혁명군 간부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 종종 대만 군대 위문 공연을 다녔다. 중국 당국은 한때 ‘정신을 오염시킨다’며 등려군 노래를 금지했다가, 개방개혁운동으로 조치를 해제했다. 당시 등려군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자,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내가 본토에서 공연한다면 중국에서 삼민주의가 실현되는 날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민주의는 대만에서 국부로 추앙받는 쑨원이 민족·민권·민생을 강조한 정치 강령이다.

등려군은 1989년 천안문 사태 때는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콘서트에 참여했고, 시위가 유혈 진압된 후에는 식음 전폐하며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이후 1995년 5월 8일 태국 치앙마이에서 천식 발작으로 42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