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난 20년 동안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명이 훌쩍 넘으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재소자 숫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강력범죄로 수감된 백인 재소자가 복역 초기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범죄자들을 사회에서 격리해 죗값을 치르고 갱생의 기회를 줘야 하는 교정 시설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일까. 미 교정당국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00~2019년 수감자 자살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연방 정부나 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4500여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기간 동안 자살률은 83%나 증가했다. 카운티 등 한 단계 낮은 지방 단위에서 운영하는 교도소·구치소에서도 이 기간 62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증가율은 13%로 연방·주 감옥보다는 낮은 편이었다.

우선 인종별로 분석을 했을 때 지방 교도소·구치소에서는 2001~2019년 백인의 극단적 선택 사례가 10만명당 86건의 빈도로 아메리카 원주민(10만명당 57건), 아시아·태평양계(10만명당 52건)를 월등히 앞섰다. 반면 히스패닉(10만명당 25건)이나 흑인(10만명당 16건)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주 정부 교도소·구치소의 경우에도 2015~2019년 백인(10만명당 41건)의 자살 빈도가 가장 높았고, 아시아·태평양계(10만명당 36건)·아메리칸 원주민(10만명당 29건)으로 흑인(10만명당 16건)·히스패닉(10만명당 15건)을 압도했다. 다만 연방 교도소·구치소의 경우 확연히 다른 양상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10만명당 77건)이 백인(10만명당 43건), 흑인(10만명당 9건), 히스패닉(10만명당 5건)보다 훨씬 높은 빈도였다.

시기별로는 감옥에 갇힌지 얼마 되지 않은 수감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지방 교도소·구치소의 경우 2001~2019년 극단적 선택자들의 75%가 미결수였고, 46%는 수감 7일 이내에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시기는 다르지만, 연방·주 정부 교도소·구치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2015~2019년 주정부 교정시설 내 자살자의 75%, 연방 정부 교정시설 내 자살자의 64%가 1년 이내 수감자들로 조사됐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 시간이 짧을수록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은 흐름이 읽힌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한 교정시설 모습. 본 기사와는 직접적인 상관은 없다. /미국 교정정책연구소 홈페이지

재소자들의 극단적 선택은 대부분 독방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관리 상황이 우려되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2015~2019년 연방 교도소·구치소에서 벌어진 극단적 선택 사례 중 58%는 수감자의 방이 아닌 외부의 응급의료 시설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 선택자들에게 적용된 죄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지방 교도소·구치소에서는 폭력(18%)·살인(10%) 혐의 수감자의 비중이 높았다. 같은 기간 주 정부 교도소·구치소에서는 살인혐의(29%)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연방 교도소·구치소에서는 총기범·성범죄자가 나란히 20% 안팎의 비중이었고 마약범(13%)이 뒤를 이었다. 강력범죄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