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 만화영화 ‘인어공주’에서 용궁 궁정 악장 ‘세바스찬’을 연기하고 노래를 불렀던 배우 새뮤얼 라이트(75)가 24일 밤(현지 시각) 세상을 떠났다고 미국 빌보드지 등이 보도했다. 그는 최근 전립선암으로 3년간 투병해왔다. 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는 누리꾼들의 애도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그가 거주해온 뉴욕주 몽고메리 타운도 애도 성명을 냈다.
라이트는 1971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뮤지컬계에 데뷔한 뒤, ‘피핀’ 등에 출연해 명성을 쌓았으며 두 차례(1984·1998년) 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 후보로 지명됐다. 1988년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음악영화 ‘버드’에서 전설적인 재즈 연주자 디지 길레스피 역을 맡는 등 영화배우로도 활동했고, TV시트콤에서도 출연했다.
라이트의 이름을 전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은 1989년 개봉된 디즈니 만화영화 ‘인어공주’였다. 그는 여기서 게인지 가재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갑각류(정확히는 캐리비언 게)이면서 인어 대왕 트리톤이 다스리는 용궁의 궁정 악장인 ‘세바스찬’을 연기했다. 독특한 목소리와 우스꽝스러운 외모와 촐싹거리는 캐릭터 성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세바스찬은 지금까지 기억되는 인어공주의 신스틸러가 됐다. 그는 삽입곡인 ‘바다 아래(Under The Sea)’와 ‘그녀에게 뽀뽀해(Kiss the Girl)’ 등을 직접 불렀다. ‘바다 아래’는 이듬해 아카데미 최우수 영화주제가상을 받았다.
세바스찬의 성공은 이후 개봉되는 디즈니 만화영화들에 감초 캐릭터가 공식처럼 등장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미녀와 야수(양초·시계로 변신한 신하들), 알라딘(램프요정 지니), 라이온킹(멧돼지 품바와 미어캣 티몬), 겨울왕국(눈사람 올라프) 등 많은 작품에서 감초 캐릭터들이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다. 라이트는 이후 TV에서 방영되거나 비디오 전용으로 제작된 인어공주 시리즈에서 계속 세바스찬 목소리를 연기했다. 그는 2013년 유튜브 영화채널 마담누아르닷컴 인터뷰에서 “나는 모든 디즈니영화의 팬이고 꼭 디즈니와 일해보고 싶었다”며 “세바스찬을 통해 그 꿈을 이룬 셈”이라고 했다. 1997년에는 디즈니 제작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들어진 ‘라이온킹’에서 주인공인 사자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역을 맡기도 했다. 그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최악은 10년쯤 뒤에 ‘그 사람이 누구였더라’는 말을 듣는 것”이라며 “역할이 만화 캐릭터든, 디지 길레스피든, (셰익스피어 희곡 캐릭터) 오셀로든 주어진 역할에 열정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