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 인스타그램 복싱 스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돈 자랑은 이미 유명하다. 그는 최근 10년 사이에 약 9억1500만달러를 벌었다. 이는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조650억원에 이른다. 대략 계산해도 1년에 1000억원씩 벌었고, 한 달에 83억원 정도를 벌어들인 셈

전세계적으로 복싱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0~80년대 이래로 한 물 간 스포츠”. “화끈한 종합격투기 말고 왜 지루한 복싱을 봐?”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선 특히 많다.

하지만 복싱 매치가 잡히기 하면, 천문학적인 대전료가 책정되곤 한다. 복싱에 1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봤을땐 정말 미스테리한 일이다. 왜 그런걸까.

우선 복싱은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취급받고 있지만,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선 여전히 인기 스포츠 대접을 받고 있다는 걸 무시할 수 없다.

한 예로 멕시코에서 국민 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건 축구 선수가 아닌, 멕시코 복서 카넬로 알바레즈(30)다. 그는 지난 2019년 한 해만 광고 수입, 대전료 등을 합쳐 9400만 달러(1109억원)를 벌어들였다. 그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멕시코 거리가 한산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 물론 축구, 농구, 야구 등 구기 종목만큼의 대중적인 인기는 아니지만, 복싱은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으로 여겨진다. 주변에 복싱을 배울 수 있는 체육관도 적지 않다. 즉 복싱이 친숙한 고정 팬들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복싱 스타가 나오면 스포츠 뉴스에 소개되고 자연스럽게 그의 경기가 열리면 ‘일부러’ 찾아보는 이들도 많다.

여기에 복싱 종목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누구나 알 법한 복싱 스타들의 경기는 축구, 야구 처럼 매년 수십번 열리는 것이 아니다. 일년에 한 번 볼까 말까다. 즉 ‘희소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금 보지 않으면 이 선수 펀치를 몇 년 후에 볼지도 모른다는 심리가 작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타이슨(오른쪽)과 로이 존스 주니어가 이벤트 경기 후 기념 벨트를 받은 모습

그래서 유료 방송 중계사들은 이런 고정 팬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경기, 전설이 다시 돌아왔다 등 일반적인 타이틀 경기가 아닌, 이벤트 경기를 여는 방식이다.

실제로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4)의 복귀전을 중계한 소셜 비디오플랫폼 ‘트릴러’가 이 경기로 약 6000만 파운드(약 868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타이슨과 로이 존스 주니어(51 미국)의 경기는 유료시청 콘텐츠인 페이퍼뷰(PPV)로 중계됐다. 시청료는 미국에서는 50달러(약 5만4000원), 영국에서는 19.95파운드(약 2만8900원)였다. 이 경기의 PPV 이용 건수는 전 세계에서 약 160만 건에 이른다. 이 중 120만 건이 미국에서 기록됐다. 국내에서는 올레TV가 무료 생중계했다. 타이슨과 존스는 각각 110억 원과 33억 원의 대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싱전문매체 ‘복싱 신’에 따르면 복싱 중계가 PPV 100만 건을 넘긴 건 2018년 카넬로 알바레스(30·멕시코)와 겐나디 골롭킨(38·카자흐스탄)의 세계복싱평의회(WBC) 및 세계복싱협회(WBA) 미들급 통합타이틀매치(110만 건) 이후 처음이다. 타이슨의 현역 시절 PPV 최고 기록은 1997년 에반더 홀리필드(58·미국)와의 WBA 헤비급 타이틀매치에서 기록했던 199만 건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타이슨의 복귀전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에 관한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가 올해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과 같은 사회 현상으로 봤다. 코로나 위협으로 인해 사람들이 점점 과거에 진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와 관련한 끊임없는 뉴스는 희망찬 내일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우리들은 우리가 아는 친숙한 것에 매달린다”고 분석했다.

/메이웨더 인스타그램

최근 몇년 새 유튜버 스타들이 복싱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도 거물급 복싱 선수들에겐 수입을 올릴 절호의 기회가 됐다. 세계적인 복싱 선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3)는 은퇴 후 또 한번 다시 사각링에 오르기로 했다. 상대는 구독자 2260만명을 거느린 유명 유튜버다. 메이웨더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통해 내년 2월20일 유튜버 로건 폴과 맞붙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폴은 연간 100억원 이상의 광고 수입을 벌어들이는 인기 유튜버다. 고등학교 때 미식축구와 레슬링 선수로 뛰었고 아마추어 복싱 경력도 있는 그는 이전부터 메이웨더와의 대결을 원했다. 체급 및 시합이 복싱 룰을 따를 것인지 등 세부 규칙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둘의 대결은 페이퍼뷰(PPV·유료 시청)로 중계될 예정이다.

메이웨더는 무패의 전적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복싱선수다. 매니 파퀴아오, 코너 맥그리거 등과 대결을 펼친 뒤 지난 2017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역대 전적 50전 50승 무패의 전설적인 복싱선수가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이와 대결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역시 막대한 돈 때문이다. 메이웨더 역시 스스로 ‘머니’라고 자칭하며 이를 숨기지 않는다. 가장 최근 대회는 2018년 도쿄서 열린 일본 종합격투기선수와의 대회였는데, 복싱 룰로 치러진 이 경기에서 메이웨더는 1회에 상대를 3번이나 눕히며 TKO로 싱겁게 끝냈다. 단 2분만에 그는 900만달러(약 100억원)라는 천문학적 ‘파이트머니’를 벌었다. 이에 앞서 2017년에는 종합격투기 레전드 코너 맥그리거와 복싱 대결을 펼쳐 10회 TKO 승을 거뒀다. 2015년에는 복싱의 양대 전설인 필리핀 매니 파퀴아오와 세기의 대결을 펼쳐 판정승을 거뒀다. 당시 메이웨더는 이 한 경기만으로도 3억달러(3325억원) 수입을 올렸다.

지난 2017년 종합격투기 스타 맥그리거가 메이웨더와의 이벤트 복싱 경기에서 펀치를 맞는 모습

문제는 이런 이벤트 경기가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재미와 만족을 주지 못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경기를 보기 위해 쓴 돈이 아깝지 않을 만한 재미를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 같은 이벤트급 경기가 복싱의 수준을 망친다는 목소리도 있다. 타이슨의 복귀전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 2017년 플로이드 메이웨더와 UFC(종합격투기) 최강자 코너 맥그리거(32 아일랜드)의 대결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챙길 천문학적인 대전료와 스폰서십(합계 메이웨더 2200억원, 맥그리거 1100억원)이 화제가 됐고, 둘의 링 밖 말싸움도 연일 뉴스가 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싱겁게 메이웨더의 승리로 끝났다. 초보 복서이자 패배자인 맥그리거가 이날 실제 시간 40분여 경기로 벌어들인 1100억원은 그가 UFC 한 경기에서 벌어들인 최고 수입(33억원)의 약 33배. 그가 지금까지 UFC 무대에서 번 대전료 총액은 110억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패자’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메이웨더와 맞붙을 유튜브 스타 폴은 지난 2018년에도 영국인 스타 유튜버 KSI와 복싱 이벤트 매치를 연 적 있다. 당시 영국인 스타 유튜버 KSI는 1940만면 구독자를 거느렸고, 폴은 1820만명이었다. 당시 시합에 약 2만 명이 표를 사 현장에서 지켜봤고, 수천 명의 네티즌은 각자 7.5 파운드(약 1만770원)를 내고 유튜브에서 라이브로 이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 온라인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평이 많았다. 일부 네티즌은 이 경기가 두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벌어주려는 ‘조작’이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