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코로나 사태가 잦아들지 않았는데 수십만 조사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골목 골목을 훑고 다닌다. 불안감을 토로하는 목소리에도 당국은 ‘비접촉’ 방식을 마련했다며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14일 시작한 2020년 일본 국세(国勢·고쿠세이)조사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2020년 일본 국세조사 홍보 포스터.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인터넷 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 올해 인터넷 답변률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총무성 홈페이지

국세조사는 한국의 인구주택총조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일본에 사는 주민의 이름, 생년월일 같은 기본 정보와 통학·거주·취업 상황 등 총 16개 문항을 묻는 실태 조사다. 5년에 한 번 시행되며 외국인을 포함해 일본 거주민은 전부 조사 대상이 된다.

바로 이 ‘전수 조사’ 방식 때문에 올해 국세조사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감염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저인망식 대규모 조사를 해야 하느냐는 걱정과 불만이다.

당국은 이미 조사원 모집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5년 전과 같이 70만명을 모아 조사에 투입하려 했으나 61만명에 그쳤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보통 조사원은 노인들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코로나 감염 불안 때문에 지원자가 크게 줄었고 지원했다가 그만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모자란 수를 채우기 위해 일부 지자체는 동네 반상회(정내회)·자치회 임원을 동원하거나, 아예 소속 공무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서류 배포 기간은 일주일에서 17일로 대폭 늘어났고, 조사표 회수 기간도 한 달 늦춰졌다. 이에 따라 통계 속보치 발표 시기도 내년 2월에서 6월로 연기됐다.

감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본 총무성은 조사원과 주민 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한다. 조사원이 각 세대를 찾아갔을 때 문 밖에서 설명하거나 인터폰을 사용하도록 했다. 가져온 조사표는 현관문 근처나 우편함 등에 놓고 가게 했다. 주민들은 이 표를 인터넷, 우편, 직접 제출 방식 중 하나로 제출할 수 있다.

국세조사 완장을 찬 조사원이 조사표를 들고 걷는 모습. /NHK 뉴스 캡처

하지만 조사원과 주민 모두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1인당 100세대 전후를 담당하는 조사원들은 도시 구석구석을 다니는 과정에서 언제 감염자와 마주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다. 조사원이 무증상 감염자일 경우엔 자신도 모르게 수퍼전파자가 돼 지역을 초토화할 수도 있다.

오며가며 조사원들과 맞닥뜨리는 주민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일부 주민 커뮤니티에선 ‘조사원이 마스크를 벗고 있어 깜짝 놀랐다’ ‘땀 범벅이 된 맨손으로 봉투를 두고 가 찝찝했다’ 같은 후기도 벌써 올라온다. 일부러라도 외출과 이동을 자제하는 사회 분위기에 역행해 불필요한 리스크를 떠안는 행정이란 비판이 나온다. 여전히 일본에선 코로나 감염자가 하루 5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비접촉’ 제출 방식이 얼마나 활용될지도 미지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2015년 국세조사 당시 제출된 답변 중 인터넷 답변 비율은 약 37%였다. 올해는 이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총무성 대신부터 지자체 말단 공무원까지 연일 ‘인터넷 제출’을 호소하고 있다. 50%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도 나머지는 우편 제출과 직접 제출로 채우게 되는데 우편 제출 방식은 코로나 때문에 올해 처음 도입한 제도여서 응답률이 높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결국 적지 않은 수의 주민은 기존대로 직접 제출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는 얘기다. 조사 대상자가 기한 내에 어떤 방식으로도 답하지 않으면 조사원들이 재방문해 독촉하거나 이웃 주민에게 물어 정보를 얻는 등의 과정이 추가된다.

여러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참에 전수조사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즈호 종합연구소 오카다 유타카 주임연구원은 산케이비즈에 “코로나 사태로 응답률이 (전보다) 상당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 앞으로는 집집이 방문하는 방식을 바꾸는 등 새로운 대처를 강화해야 한다. 인구 조사가 전기(轉機)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국세조사 응답률은 2005년 약 95%, 2010년 약 91%, 2015년 약 87%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지금의 방식은 시간 낭비, 돈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간단한 정보는 기존 데이터를 참고하고 필요한 경우 세부 조사를 얹는 세계적 방식을 들여오자는 주장도 있다. 한국도 인구주택총조사를 할 때 주민등록부, 건축물 대장 등 행정 데이터를 그대로 쓰고 전체 인구의 20%를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