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菅) 새 총재를 앞세워 코로나 사태를 이겨내고 빛나는 일본을 만들어 나가지 않겠습니까. 저도 한 명의 의원으로 전력 지지해 나가겠습니다.” 7년 8개월 집권을 마치고 자민당 총재직에서 물러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신임 총재 선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목소리가 우렁차고 표정이 편안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3연임에 성공하며 8년 가까이 총리직을 이어왔으나 지난달 28일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사의를 밝혔다. 16일 일본 국회에서 스가가 총리로 지명되면 총리직에서도 공식 퇴임한다.

임기 1년을 남긴 중도 퇴장이지만 그가 정계를 떠날 거라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다. ‘직함’만 없을 뿐 계속 국내외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아베는 지난달 말 사의를 밝힌 이후 최근까지 각국 정상들과 소통하며 외교력을 과시해 왔다.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시작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과 연달아 통화하며 사안을 협의했다. 10일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일본인들은 아베 정권 정책 중 외교·안보를 가장 높이 평가(57% 긍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자민당 새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모습. 스가는 16일 아베의 뒤를 이어 신임 총리 자리에 오른다. /AFP 연합뉴스

국내 정치에서도 아베가 ‘막후 실력자’로 활동할 거란 예상이 많다. 지지 통신은 “스가가 총리가 된다면 아베는 차기 정권에서도 일정한 발언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가 파벌이 없는 스가를 후계자로 지명해 총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차기 내각 구성에서부터 그의 입김이 닿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민당 관계자는 통신에 “스가가 이기면 인사에 대해 아베와 상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른바 ‘아베 상왕(上王)설’이다.

아베는 지난달 말 사임 회견을 통해 호의적인 여론도 업게 됐다. 사임 직전까지만 해도 코로나 대응 미숙 등 각종 실정(失政) 탓에 지지율이 30%대까지 추락했지만, 직접 병세를 밝히면서 동정 여론을 끌어냈다. 최근 아베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은 70%를 넘을 정도로 분위기가 반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