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계속되는 일본에서 ‘에어하라’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에어컨의 ‘에어’와 괴롭힘을 뜻하는 해러스먼트(harassment)의 일본식 표현 ‘하라’의 합성어인 에어하라는 직장 상사가 일방적으로 에어컨 온도를 설정한 뒤 바꾸지 못하게 해 부하 직원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뜻한다.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는 무더위 속에 에어컨을 둘러싼 직장 내 갈등이 심화하면서 관련 법률 상담도 이어지고 있다고 일본 ANN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과도하게 온도를 설정한다’는 점과 ‘지위를 이용한다’는 점이 에어하라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지 구인·구직 업체들은 직원이 에어하라로 건강권이나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할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거나 배상을 청구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무더위가 이어지는데 경비 절감 등의 이유로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경우도 에어하라로 간주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각종 괴롭힘을 뜻하는 신조어 ‘-하라’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권력형 괴롭힘은 ‘파와하라’, 성적(性的) 괴롭힘은 ‘세쿠하라’다. 지난달에는 일본괴롭힘협회에서 2025년판 ‘괴롭힘 45종’을 발표하기도 했다. 혼잣말이나 시끄러운 타자 소리로 집중을 저해하는 ‘오토하라’, 사투리 사용자를 비웃는 ‘다이하라’, 유권자가 표를 대가로 선거 입후보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효(票)하라’, 고객 갑질을 뜻하는 ‘카스하라’ 등이 포함됐다. “그런 행위가 바로 괴롭힘”이라는 말을 남발하며 상대를 위축시키는 ‘하라하라’도 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온갖 ‘하라’에 대한 피로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