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 중심지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인 빌 애크먼(59)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이 프로 테니스 대회에 선수 자격으로 참가했다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 수준의 그가 프로 경기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로 많은 테니스 팬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인데, 한편에선 “용기 있는 도전”이라며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다.
애크먼은 순자산이 91억달러(약 12조5100억원)에 달하는 헤지펀드 거물이자, 자신의 모교 하버드대에 수년간 수천만 달러를 기부한 ‘큰손’이다. 유대계 혈통의 그는 2023년 10월 이슬람 무장 세력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대학가 반(反)이스라엘주의 척결에 앞장섰고, 하버드대 등 주요 대학 총장들에 대한 퇴진 운동을 벌여 대학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애크먼은 지난 9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해안 도시 뉴포트에서 열린 ATP(남자 프로 테니스 협회) ‘명예의 전당 오픈’ 복식 경기에 출전했다. 이 대회는 ATP 정식 대회 중 하나로, 정규 본선이 아닌 한 단계 아래 리그지만 ATP 포인트(세계 랭킹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공식 프로 대회다. 애크먼은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전직 프로 테니스 선수 잭 속과 함께 팀을 이뤘다. 주최 측은 대회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애크먼-속 조에게 와일드카드(특별 출전권)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 거물의 프로 테니스 데뷔 무대는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버나드 토믹-오마 자시카 조에게 67분 만에 두 세트를 내리 내주며 패했다.
경기를 본 테니스 관계자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때 세계 랭킹 1위였던 앤디 로딕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내가 본 프로 테니스 경기 중 가장 우스웠다”면서 “상대팀에서 일부러 서브를 약하게 넣고 있으며, 이 경기는 (공정성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했다. 경기를 지켜본 테니스 팬 리디아 체임버스는 뉴욕타임스에 “또 한 명의 초(超)억만장자가 자신의 사적인 꿈을 실현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반면 경기장에서 한 테니스 팬은 ’59세는 그의 전성기다’라는 문구를 들고 나와 애크먼을 응원했다. 애크먼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다음번에는 자력으로 예선을 통과해 출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