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 /AFP연합뉴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 예정인 초호화 결혼식을 앞두고 현지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보안 우려 탓에 결혼식 장소를 베네치아 중심가에서 외곽으로 변경했다.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는 당초 오는 26~28일 베네치아 중심가인 카나레조 지구에 있는 웅장한 중세 건물 ‘스쿠올라 그란데 델라 미제리코르디아’에서 결혼 축하 파티를 열 계획이었다.

한 소식통은 “보안상의 우려와 시위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파티 장소가 베네치아의 외딴, 접근성이 낮은 지역으로 변경됐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최근 현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결혼식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결혼식 당일에는 하객 진입 저지 시위까지 예고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연예계, 정계, 금융계 등에서 온 약 200~250명의 VIP 손님들이 카스텔로 지구 동쪽에 있는 14세기에 지어진 거대한 복합 건물인 아르세날레 홀로 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곳은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연결된 다리들을 들어 올리면 외부 접근이 차단되기 때문에 안전한 장소로 여겨진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지난 6월 13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로렌 산체스의 결혼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리알토 다리 위에 "베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러한 베이조스 커플의 결정에, 현지 시민단체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 측은 환호했다.

이 단체의 리더인 토마소 카치아리는 “베조스가 ‘스쿠올라 그란데 델라 미제리코르디아’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큰 승리”라며 “무척 자랑스럽다. 우리는 그냥 평범한 시민들일 뿐인데, 함께 힘을 모아 조직적으로 행동한 끝에 결국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도시 밖으로 몰아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28일 운하, 다리, 좁은 거리에서 추가 시위를 벌이겠다며 “이 행사를 베이조스와 그의 손님들에게 악몽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별칭이 붙은 베이조스의 결혼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킴 카다시안, 가수 믹 재거와 케이티 페리, 배우 에바 롱고리아 등 약 200명의 유명 인사들이 초대됐다.

베네치아는 최근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소음과 사생활 침해, 치솟는 집값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이조스가 사실상 도시 전체를 빌려 결혼식을 치르려 하자, 현지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주부터 약 12개의 현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결혼식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단체는 베네치아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리알토 다리에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시내 곳곳에 반대 포스터를 부착하기도 했다.

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반대 시위에 가세해,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베이조스의 웃는 얼굴 사진과 함께 “결혼식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내용의 영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