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 예정인 초호화 결혼식을 앞두고 현지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반대 시위에 가세했다.
2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린피스 이탈리아와 영국 저항 단체 ‘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싫어해(Everyone Hates Elon)’는 이날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대형 현수막을 펼쳤다.
이 현수막에는 베이조스의 웃는 얼굴 사진과 함께 “결혼식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내용의 영어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출동해 현수막을 수거했다.
시위 주최 측은 “베이조스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경제·사회 시스템 붕괴의 상징”이라며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한쪽에는 지구를 파괴하는 억만장자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 피해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일반 시민이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 참가자 중 한 명인 시모나 아바테는 로이터통신에 “문제는 결혼식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며 “우리는 한 명의 억만장자가 자기 마음대로 도시를 임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는 오는 26일부터 사흘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네치아에서 호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결혼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한 약 200명의 손님과 영화, 패션, 비즈니스계의 수많은 스타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세기의 결혼식’이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베이조스는 하객들을 위해 베네치아의 수상 택시 대부분을 예약했다고 한다. 또한 그리티 팰리스, 다니엘리, 벨몬드 호텔 치프리아니 등 베네치아의 최고급 호텔 최소 4곳도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조스가 사실상 도시 전체를 빌려 결혼식을 치르려 하자, 현지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주부터 약 12개의 현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결혼식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단체는 베네치아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리알토 다리에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시내 곳곳에 반대 포스터를 부착하기도 했다.
시위가 이어지자, 베네치아 석호 생태계를 연구하는 학술기관 ‘코릴라’는 베이조스가 설립한 ‘베이조스 지구 펀드’가 자사의 연구 활동을 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릴라 측은 기부액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베이조스 측의 기부는 시위가 시작되기 훨씬 전인 지난 4월부터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루이지 브루냐로 시장과 루카 자이아 주지사는 베이조스의 결혼식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번 결혼식이 수상 보트와 곤돌라 등 수많은 운하를 운영하는 지역 사업체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