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강 스텔스 전략폭격기로 불리는 B-2 스피릿 등 강력한 군사력으로 이란 핵 시설 주요 지점 세 곳을 폭격한 22일 오후 3시,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이란의 긴급 소집 요청으로 이뤄졌다. 회의에는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당사자 자격으로 이란과 이스라엘 주유엔 대표부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미국은 유엔 사무총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한국 등 이사국에 이어 마이크를 잡았다. 도로시 셰이 주유엔 미국 대사 대행은 먼저 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란의 핵 농축 능력을 해체하고 세계 최악의 테러 지원국이 제기하는 핵 위협을 중단시키기 위해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0년간 이란 정부는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치며 지속적인 위협을 가해왔다”면서 “유엔 헌장에 명시된 집단적 자위권에 따라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했다. 중국 등에서 “미국의 공격은 유엔 헌장의 취지·원칙 및 국제법을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한 대응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란의 추가 도발 움직임에 대해 경고했다. 셰이는 “명확히 말하지만 추가 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란이 미국이나 미군 기지에 직간접적인 공격을 한다면 파괴적인 보복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발언 순서를 갖게 된 이란 측은 굴하지 않았다. 아미르 사에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는 “미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오점이 기록됐다”면서 “이스라엘 정권이 가장 더러운 일을 수행하는 데 실패하자 미국이 폭력적인 계획의 가장 추악한 부분을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했다. 또 “이란은 미국이라는 전쟁광 국가가 전쟁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수차례 경고했다”면서 “미국과 그 대리 세력인 이스라엘의 침략에 대한 대응 시기, 방식, 규모는 전적으로 이란군이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경고에도 보복에 나설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란의 발언 직후 마이크를 잡은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줄곧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고 미국에 감사 표시를 했다. 그는 “자유 세계의 지도자인 미국이 가장 중대한 실존적 위협을 높였고 이번 작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이었다”면서 “전 세계는 공식적으로 (미국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또 “수많은 이들이 망설이는 순간에 행동한 트럼프 대통령께 감사하다”며 “힘과 도덕적 확신으로 자유세계를 지켜주었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 모든 당사자가 이 상황을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외교는 단지 선택지가 아니라 급박한 필수 사항임을 인정하고 대화와 외교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