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지난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작성한 쪽지. 히브리어로 "암사자와 같이 일어나고 수사자처럼 일어서는 백성"이라는 성경 구절이 적혀 있다. 다음날 이스라엘은 이란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습 작전 '일어나는 사자'를 개시했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3일 개시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작전명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는 구약성서 민수기 23장 24절을 차용한 것이다. “백성이 암사자와 같이 일어나고 수사자처럼 일어서 움켜진 것을 먹고 피를 마시기까지 눕지 아니하리로다”라는 구절이다.

사자는 고대 이스라엘 민족을 구성했던 ‘열두 지파’ 중 왕국을 건설한 유다 지파의 용맹함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유다 지파는 오늘날 이스라엘을 구성하는 유대인 민족의 선조다. 구약성서 속 인물 야곱이 넷째 아들이자 유다 지파의 시조인 유다를 축복하며 “(유다는) 사자 새끼로다. 너는 움킨 것을 찢고 올라갔도다”(창세기 49장 9절)라고 한 데서부터 사자가 유다 지파와 연결돼 언급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로이터는 “(성경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굶주림이 해소될 때까지 쉬지 않는 사자에 비유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과거에도 주요 군사 작전명에 성경 구절을 차용해 왔다. 유대인 국가로서 정체성을 과시함과 동시에 민간인 피해도 불사한 대대적인 공습 작전에 종교적인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2012년 하마스(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단체)의 본거지 가자지구를 타격한 작전 이름 ‘구름 기둥’은 “여호와께서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그들의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 기둥으로 그들을 비추사”라고 적힌 구약성서 출애굽기 13장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1996년 레바논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 기지를 급습한 작전 ‘진노(震怒)의 포도주’는 성경에 하나님에 의한 최후의 심판을 뜻하는 은유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구약성서 예레미야 25장 15절엔 “내가 네 손에 들린 이 진노의 포도주잔을 받아 내가 너를 보내는 모든 나라로 마시게 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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