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판사를 국민투표로 뽑는 멕시코의 첫 법관 선거에서 친정부 인사들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치른 선거 결과,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에는 우고 아길라르 오르티스(52) 변호사가 선출됐다. 멕시코 서부 원주민 출신인 그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 행정부에 합류했고, 이번에 대법원장에 오르게 됐다.
5일 최종 마무리된 개표 결과, 오르티스는 대법원장 후보 중 가장 많은 620만표(5.3%)를 얻었다. 후보 중 유일한 원주민이었던 그는 승리가 확정된 뒤 “선거운동 기간에 방문한 여러 원주민 마을에서 거듭 부탁받았다”면서 공식 법복(法服)인 ‘토가’를 입지 않겠다고 밝혔다. 소수계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기존 사법부 시스템을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개혁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대법관 자리에 원주민이 앉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르티스가 유일한 원주민 출신 대법원장 후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그를 공개 지지한 것으로 해석됐다. 나머지 대법관 여덟 명도 전원 친여 성향 인물로 채워졌다. 신임 대법관 아홉 명이 모두 멕시코 집권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 또는 행정부에서 추천한 인사들이다. 현지 매체 엘파이스는 “대법원이 체리색(모레나당의 상징인 붉은색)으로 물들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사법부가 사실상 집권당이 장악한 입법부에 예속돼 행정부 견제 능력을 상실하면서 삼권분립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셰인바움은 투표가 끝난 뒤 “이번 선거는 완벽한 성공이고, 멕시코는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투표율은 13%로, 멕시코에서 치러진 역대 연방 선거 중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