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 하버드대학교가 졸업식에서 처음으로 중국인 여학생을 연설자로 내세워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일부 공화당 정치인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 학계의 전문 지식을 수집해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이익을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 홍콩 일간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열린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케네디 스쿨(행정대학원)에서 국제개발학 석사 학위를 받은 루안나 장(중국 이름 장위룽·25)이 연설자로 나섰다. 장씨는 중국 동부에서 성장한 뒤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미국 듀크대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장씨는 연설에서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투표하고, 다르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바다 건너편에 있든 바로 우리 옆에 있든 단순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들을 악하다고 오해하는데 꼭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장씨는 “우리가 여전히 공동의 미래를 믿는다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며 “우리가 적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인간이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졸업생들은 장씨의 연설에 박수 갈채를 보냈다.
장씨는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연설이 끝난 후 AP통신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유학생들을 구금하거나 추방하겠다는 위협으로 인해 자신과 동료들이 미국에서의 미래에 대해 불안과 불확실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씨의 연설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화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장씨가 중국 공산당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트럼프 지지 게시물을 작성한 이력이 있는 한 유명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은 “장씨는 공산당의 자금 지원과 감시를 받는 NGO의 대표”라며 “그녀의 발언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외교적 수사를 앵무새처럼 되뇐 것”이라고 주장했다.
SCMP에 따르면 장씨는 중국 정부가 1985년 설립한 환경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이력이 있고, 하버드대 지원을 위해 이 단체의 사무총장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