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슈디. /AP 연합뉴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생애를 소재로 한 1988년작 소설 ‘악마의 시’로 오랜 기간 이슬람권의 반발을 산 인도계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77)가 “챗GPT가 웃긴 책 쓰는 순간 작가들 망한다”고 농담하며 아직까지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작가의 영역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루슈디는 서점이 많기로 유명한 영국 웨일스의 소도시 헤이온와이에서 열린 도서 축제 ‘헤이 페스티벌’ 연설에서 “AI를 한 번도 써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루슈디는 AI가 아직 유머 감각까지는 학습하지 못했다며 창조적인 요소가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짚었다. 루슈디는 “AI는 유머 감각이 없다. 챗GPT가 하는 농담은 듣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챗GPT가 웃긴 책을 쓰게 되는 순간 우리 같은 작가들은 망할 것”이라고 했다.

루슈디는 1988년 자신이 출간한 소설 ‘악마의 시’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이슬람권에서 수십 년간 살해 위협을 받아왔다. 출간 약 30년 뒤인 2022년 8월엔 실제로 미국 뉴욕주 셔터쿼 야외 강연장에서 무슬림 극단주의 청년으로부터 피습을 당했다. 목·가슴·눈 등 온몸을 열 차례 이상 흉기에 찔려 오른쪽 눈 시력을 잃었고, 손 일부가 마비됐다. 가해 무슬림 청년은 지난달 16일 2급 살인미수 등 혐의로 25년형을 받았다.

루슈디가 이번 영국 도서 축제처럼 대규모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흉기 피습 이후로 처음이다. 혹시 모를 위험에 루슈디 출연 행사 경비는 강화됐고, 참석자들은 행사 시작 전 소지품 검사 등을 위해 넉넉하게 시간 여유를 갖고 도착하라는 안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탐지견들이 현장에 배치됐다고도 한다.

이날 연설에서 루슈디는 피습 재판 결과를 언급하며 “재판이 끝나서 정말 다행이다. 그가 최고 형량을 받은 것도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피습 이후 정말 모든 사람이 그 사건 이야기만 하더라. 이젠 이 이야기는 끝내고 싶다.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