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3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에서 열린 졸업식 행사장에서 학생들이 대형 팔레스타인 국기 옆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일부 학생들은 가자지구 전쟁 반대 농성을 했던 학생 13명의 졸업을 보류한 학교 측 결정에 항의하며 행사장에서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 대학교를 정조준하면서 미국 내 주요 대학들이 비슷한 수모를 피하기 위해 백악관과 물밑 접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31일 CNN에 따르면, 일부 대학 총장 및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몇 주간 백악관 측과 접촉하며, 트럼프의 반유대주의 단속 기조에 맞춰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하는지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학은 메이 메일먼 백악관 고위 전략관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메일먼은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과 긴밀히 협력하는 인사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트럼프가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고려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던 밀러는 캠퍼스 내 유대인 혐오 발언 및 시위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고 보고 대학들을 압박하는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백악관은 “차별을 방치하는 대학에는 세금이 지원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일부 대학에 대해 실질적인 재정 압박을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백악관은 로펌들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이나 반유대주의 시위에 선 긋는 협약을 맺은 것처럼, 대학들에도 유사한 협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법무부 내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조율되고 있으며, TF는 폭스뉴스 출신 레오 테렐 고문이 이끌고 있다. 테렐은 밀러, 메일먼과 함께 대학들과의 정책 협상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떤 대학도 먼저 협약 체결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한 명문대 이사는 CNN에 “우리는 정부의 ‘모범 사례’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핵심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싸울 준비는 되어 있지만 먼저 도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은 백악관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 컨설턴트와 외부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으며, 하버드는 법적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동문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등 방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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