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일과 영국에서 콜레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감염 원인이 에티오피아의 ‘성수’로 지목됐다.
15일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 4명, 독일에서 3명의 콜레라 환자가 보고됐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환자 4명 중 2명이 에티오피아 암하라 지역을 여행했으며, 1명은 콰라 지역의 베르멜 기오르기스 우물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베르멜 기오르기스는 이 지역에서 신성한 우물로 여겨지며, 우물의 물이 질병을 치료하고 악령을 쫓아내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물의 물은 공식적으로 판매되지는 않지만, 방문객들이 물을 받아 가져가거나 마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중 1명은 에티오피아를 여행하지 않았으나, 다른 환자가 길러온 베르멜 기오르기스 우물의 ‘성수’를 마셨다가 콜레라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UKHSA는 “3명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1명은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라고 전했다.
독일에서 확인된 환자 3명도 같은 콜레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2명은 지난 1월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며 베르멜 기오르기스의 성수를 작은 병에 담아 귀국한 뒤, 이를 마셨다. 한 명은 성수를 받아 마시지는 않았지만, 얼굴에 성수가 튀면서 이를 섭취했을 것으로 조사됐다. 세 사람 모두 설사, 구토 증상을 보여 입원했으며 이후 모두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UKHSA와 독일 로버트 코흐 연구소 연구진은 “연구 결과 성수가 심하게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행 및 이동 과정에서도 박테리아가 생존 상태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성수를 섭취해 콜레라에 감염되는 경우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에티오피아 당국은 지난해에도 종교 명절을 앞두고 성수 섭취의 위험성을 알리는 등 예방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야에콤 메테나 워터에이드 에티오피아 지부 책임자는 영국 메트로(Metro)와의 인터뷰에서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강물이나 얕은 우물 같은 비위생적인 수원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콜레라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콜레라 발병과 관련된 사례가 유럽으로 확산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영국 내 반입된 성수는 폐기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