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구조활동을 하다 사망한 故 석 김씨. /'파일럿 앤 퍼스'(Pilots n Paws) 소셜미디어

미국에서 유기견 구조 활동을 하다가 항공기 추락으로 한국계 조종사가 숨진 가운데, 사고 당시 함께 있던 유기견 두 마리가 새 보금자리를 찾았다.

29일(현지 시각)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작년 말 유기견 구조 이송 비행 중 사고로 사망한 석 김(49‧Seuk Kim)씨의 비행기에 함께 탔던 유기견들이 새 주인을 만났다.

김씨는 작년 11월 재난 지역에 있는 유기 동물들을 구조해 보호소로 이송하는 단체 ‘파일럿 앤 퍼스’(Pilots n Paws)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비행 중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그는 메릴랜드주에서 유기견 세 마리를 태우고 뉴욕주 캐츠킬 산맥 상공을 지나다 알 수 없는 문제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함께 탔던 강아지 세 마리 중 두 마리가 살아남았다.

사망한 김씨와 살아남은 개들의 이야기는 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유명해졌다. NYT는 곧 미 전역에서 100가구 이상이 입양을 문의했다고 전했다.

눈속에서 다리가 부러진 채 발견된 생후 6개월짜리 래브라도 혼종 ‘위스키’는 코네티컷주 병원에서 수술과 물리치료를 받은 뒤 코네티컷주 한 가정에 위탁됐다. 이 가족은 위스키를 공식 입양해 계속해서 맡아 기르기로 했다.

요크셔테리어 혼종 ‘플루토’는 타박상을 입었지만 빠르게 회복돼 뉴욕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현장에서 사망한 개 ‘리사’의 유해는 김씨 유족들에게 전달됐다. 유족들은 “리사의 유해가 집으로 이송되는 과정이 고인을 위한 ‘추모 비행’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날은 험난한 지형, 악천후 등 여러 악조건이 겹쳤고, 그의 비행기는 한밤 산맥 외딴 지역에서 부서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그가 비행 중 강한 난류를 만나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씨는 아홉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버지니아주 버크로 이민을 갔다. 대학 졸업 후 월가에서 금융계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몇 년 후 버지니아로 돌아와 결혼 후 세 자녀를 뒀다. 어릴 적부터 조종사가 꿈이었다는 그는 2019년 아내의 격려로 비행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파일럿 앤 퍼스에서 동물 구조에 참여하며 비행 시간을 쌓았다.

김씨는 지난달 5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부친의 무덤 가까운 묘지에 안장됐다. 생전에 그가 좋아했던, ‘내가 당신의 개를 만져봐도 될까요?’(Can I pet your dog?) 문구가 적힌 티셔츠와 뉴욕 메츠 야구모자가 함께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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