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커제 9단이 항의하고 있다. /바둑TV 캡처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에서 연이틀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로 경고를 받고 기권패한 중국의 커제 9단이 소셜미디어 프로필 소개란을 ‘세계 바둑 9관왕’으로 변경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으나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대회에서 문제가 된 건 한국 바둑경기 규정의 제4장 벌칙 제18조 경고(심판은 선수가 이런 행위를 하면 경고를 하고 상대에게 벌점 2집을 준다)의 6호 ‘사석은 반드시 통 뚜껑에 보관해야 한다’이다. 이 규정에 따라 한국은 사석도 포함해 집을 계산한다. 반면 중국은 바둑판에 놓인 돌만 계산하며 잡은 돌은 의미가 없다. 이에 중국 선수들은 평소 사석을 바둑판 근처 아무 곳에 던져 놓거나 손에 쥐고 대국하기도 한다.

앞서 커제는 변상일 9단과의 1국에서 이겼으나 2국에서 자신이 잡은 상대방의 돌을 사석 통에 두지 않아 경고 2번으로 반칙패를 당했다. 그는 최종 3국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했고 심판은 경고와 벌점 2집을 선언했다. 커제는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대국을 포기하면서 변상일이 기권승을 거뒀다. 커제는 심판의 뒤늦은 지적 시점도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이후 커제는 현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의 프로필을 ‘세계바둑 9관왕!’(世界围棋九冠王!)으로 수정했다. 커제는 LG배 이전까지 메이저 세계기전에서 8승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선 반칙패 때문에 이번 우승을 빼앗겼다고 보고 그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항의로 해석된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들도 커제의 웨이보에 ‘9관왕’이라는 댓글을 줄줄이 적으며 그를 응원하고 있다.

중국 바둑계 스타 커제 9단의 웨이보 프로필에 '세계 바둑 9관왕'이라고 적혀있다./웨이보

이청바둑망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커제는 패배가 확정된 뒤 저녁 시간에 중국 바둑팀과 함께 식당에 갔으나 식욕이 전혀 없다며 음식을 주문하지 않았다. 그는 또 “평생 이런 굴욕은 없었다”며 동료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바둑협회도 전날 밤 “이번 LG배 3국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심판의 중단 시기가 부당하고, 경기의 정상적 진행에 영향을 줬다”며 “심판의 과도한 방해를 받아 계속 경기를 마칠 수 없었다고 본다”고 했다.

우승을 차지한 변상일 9단은 24일 시상식에서 “승부가 찝찝하게 끝나서 마음이 불편하다”며 “커제가 중국에선 사석을 어디에 놓느냐가 아무 상관 없기 때문에 그런 점을 숙지하지 못한 것 같고 그래서 충분히 이해는 된다”고 했다.

변상일은 사석 관리 규정에 대해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룰이 없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 승부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준우승한 커제는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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