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기가 뚫고 지나간 日 히로시마공항 로컬라이저 - 2015년 4월 일본 히로시마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이탈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 비행기가 안테나 모양 구조물을 뚫고 지나가(흰색 점선 부분) 대규모 폭발 등을 피할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기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부적절하게 설치된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시설) 구조물이 지목되면서 2015년 4월 일본 히로시마공항 아시아나항공 충돌 사고가 조명되고 있다. 두 사고 모두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했고 로컬라이저와 충돌했다. 히로시마공항 사고 항공기의 착륙 시속도 약 200㎞로 상당히 빨랐고 충돌 후 항공기(에어버스 320-200)가 파손돼 엔진에 불이 붙었지만 탑승객 81명 중 경상자만 27명 나오고 사망자는 없었다.

사고 한 달 후 나온 국토교통부의 조사 중간 발표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착륙하다 활주로를 벗어난 후 활주로 조명과 로컬라이저에 연쇄 충돌했다. 히로시마공항은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무안공항과 달리 안테나 모양 장치가 바닥에서 솟아 있어 비행기가 이를 부수고 지나갈 수 있었다. 당시 국토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항공기 동체와 날개가 높이 6.2m인 로컬라이저를 뚫고 지나간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 쉽게 부서지는 소재임을 드러낸다. 당시 충돌로 엔진과 랜딩 기어(착륙 장치)에 일부 손상이 갔지만 큰 폭발은 없었다. 항공기는 로컬라이저 충돌 후 반시계 방향으로 180도 돈 뒤 풀밭에서 정지했다.

해외 주요 국제공항 중에 로컬라이저가 무안공항과 같은 단단하고 큰 구조물 위에 설치된 곳은 거의 없다고 알려졌다.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안전 전문가인 데이비스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무안공항 활주로와 불과 200여m 거리에 저런 구조물이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하다.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조종사는 당시 상황에서 가능한 최상 착륙을 했고, 그대로 (비행기가 활주로에) 계속 미끄러졌다면 생존자가 나왔을 것”이라며 “(비행기가 부딪힌) 활주로 끝의 저런 구조물은 지금껏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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