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천재 소년' 프로젝트에 선발됐던 즈후이쥔이 지난해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만든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즈위안로봇

중국 대표 IT(정보기술) 기업 화웨이가 23일 전 세계에서 ‘천재 소년’을 영입한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나이·학력·전공과 상관없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천재들을 최고 201만위안(약 3억8000만원)의 연봉을 주고 모셔오는 것이 목표다. 미국이 2019년부터 화웨이에 각종 제재를 가하자 인재 발굴에 매진해 돌파를 시도하는 것이다. 소년(少年)은 젊은 나이를 가리키는 말로 성별과는 무관하다.

이날 중국 경제 매체 디이차이징에 따르면 화웨이는 “세계 수준의 문제에 도전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춘 인재를 찾고 있다”며 올해 천재 소년 선발 계획을 밝혔다. 수학, 물리학, 화학, 컴퓨터, AI(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특별한 성취를 이룬 이들을 논문·특허·국제 대회 수상 경력 등을 바탕으로 선발한다. 필기 시험과 임원 면접, 사장 면접 등 7단계의 선발 과정을 거쳐 옥석을 가려낸다.

연봉은 개인 역량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각각 89만6000~100만8000위안, 140만5000~156만5000위안, 182만~201만위안이다. 학계와 업계의 대가들과 매칭돼 연구 지도를 받는 특전도 주어진다. 천재 소년 가운데 최소 7명이 201만위안의 연봉을 받고 있다. 2022년에는 두 명의 러시아인이 화웨이 현지 연구소에 합류하며 국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런정페이 창업자가 전 세계 인재 유치를 위해 2019년 시동을 걸었다. 런정페이는 천재 소년들을 ‘미꾸라지’에 비유하며 “이들이 조직에 침투해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또 “25~35세 때 연구자의 기량이 절정에 이른다”면서 일찌감치 천재들을 뽑아 잠재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천재들은 원하면 퇴사도 할 수 있다. 2022년 말 화웨이를 나와서 이듬해 로봇 회사 즈위안로봇을 창업한 즈후이쥔이 대표 사례다. 지난해 바이두 자회사로부터 191만위안을 투자받아 휴머노이드 로봇 ‘익스페디션 A1′을 만들어 공개했다. 사람 형상의 이 로봇은 시속 7km로 걸으며 5kg 넘는 물건들을 들거나 옮길 수 있어 가사부터 공장 조립 업무까지 수행 가능하다. 기업 가치는 2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화웨이가 최고의 인재들을 중국에 공급하는 ‘사관학교’와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성과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때 매년 200~300명을 뽑겠다고 했지만 현재 남아 있는 천재 소년은 수십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화웨이는 우수한 젊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상하이 칭푸구에 100억위안을 투자해 청년 인재를 위한 ‘화웨이 롄추후 레이크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했다. 화웨이의 R&D 인력은 11만4000여 명으로 전체 직원 수의 55%에 달하고, 지난해 총 매출의 23.4%(1647억위안)를 R&D(연구·개발)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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