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사상 처음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한 가운데 이스라엘의 재보복 여부를 놓고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은 13일 밤부터 약 5시간에 걸쳐 300여 기의 무인기(드론)와 탄도·순항미사일로 이스라엘 전역을 공격, 지난 1일 시리아의 자국 영사관이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 10여 명이 사망한 사건에 보복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을 비롯한 다층 방공망 등에 힘입어 공격의 99%를 차단하고 경미한 피해만 입었다. 만약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서 이란과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세계 경제는 유가 급등과 공급망 병목 등으로 큰 타격을 입고, 글로벌 안보 역시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 이은 ‘삼중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 오후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등 전시 내각 각료와 안보 관련 핵심 인사들을 모아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 여부를 논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이날 이란에 대한 보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14일 오후 늦게 열린 회의에서 참석자 다수가 “이란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재보복 작전에 찬성한 데 따른 것이다. CNN과 이스라엘 매체들은 “그러나 대응 시기와 규모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이란을 고립시키는 외교적 방안도 검토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 내에서는 “즉각 보복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일단 상황을 살펴보자”는 온건파가 대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 ‘이란에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을 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 극우파의 상징적 인물로,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극우 정당들 간의 연정에서 핵심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전시 내각 3인방 중 한 명이자 온건파로 꼽히는 간츠 대표는 전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적합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네타냐후 총리가 14일 전시 내각에서 이란에 대한 보복 방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 후 이를 전격 철회했다”며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을 포기하거나 늦출 것임을 시사했었다. 바이든은 당시 네타냐후와 통화에서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누구도 원치 않는다”며 “미국은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도 반대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는 ‘즉각 보복’과 ‘보복 자제’라는 상충된 요구에 직면한 셈이다. 그는 이란의 공습이 벌어지자 “우리를 해하는 자들은 그들이 누구든 해칠 것”이라며 재보복 방침을 천명했다. 네타냐후가 만약 국내 강경파의 즉각 보복 요구를 거부하면 극우파들이 돌아서며 연정이 붕괴,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NYT는 “네타냐후는 강력한 반격으로 자국과 타국을 더 광범위한 전쟁에 휘말리게 할지, 중동의 안정을 위해 미국의 뜻을 따를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재보복 않으면 더 이상 공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계속 내며 이스라엘에 공을 떠넘기고 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4일부터 유럽연합(EU)과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외교 수장과 연달아 통화를 해 “이란의 보복 작전은 종료됐고, 추가 공격받지 않는 한 새로운 군사작전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이란은 또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긴급 소집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란은 중동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일본의 G7(7국)은 14일 긴급 화상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란과 그 대리자들에게 (이스라엘)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상황을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동에 대응한 후속 조치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표면적으론 이란을 겨냥했으나, 이스라엘을 향해 확전 자제를 강조한 메시지로도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