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4개월 전 미국 50주(州) 가운데 처음으로 메스암페타민(필로폰)·코카인 등 대부분의 마약 소지를 허용한 오리건주가 정책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3일 AP에 따르면, 오리건주 상원은 지난 1일 코카인·펜타닐·필로폰·헤로인 등 마약 소지자를 최대 징역 6개월형에 처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이 주는 2020년 11월 주민 투표에서 58%의 찬성표로 마약을 사실상 비(非)범죄화했다. 마약 소지는 100달러(약 13만원)의 벌금 부과 대상이지만, 별도 핫라인 전화번호로 연락해 치료를 자청한 소지자에게는 벌금을 물리지 않는 방식이다. 마약 문제를 처벌보다 치료로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2012년 콜로라도·워싱턴주를 시작으로 오리건주를 포함한 24주가 기호용 마리화나(대마초)를 합법화했지만, 펜타닐·메스암페타민·코카인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을 비범죄화한 경우는 오리건주가 유일했다.
하지만 주 전역이 ‘마약 소굴’로 변해버렸다는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다시 처벌로 방향을 틀었다. 치료에 무게를 둔 정책이 실패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오리건주 최대 도시 포틀랜드는 한때 깨끗하고 안전한 이미지의 도시였지만, 마약 비범죄화 이후 강력 범죄로 얼룩진 도시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2019년 말 4000명쯤 됐던 노숙자 수는 지난해 말 7500명에 육박했다. 총격 사건도 2022년 997건으로 3년 전의 3.2배로 불었다. 마약에 취한 중독자들이 도심 곳곳을 활보하는 ‘비호감’ 도시로 낙인찍히면서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도 늘었다. 미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포틀랜드 인구는 63만5000명으로 3년 전 대비 2.8%(1만7400명) 줄었다. 미국 전체 대도시 가운데 이 기간 감소 폭이 여섯째로 집계됐다.
2000~2020년 23%의 인구 성장률을 자랑했던 포틀랜드가 3년 반도 안 돼 무너지자 포틀랜드는 지난 1월 석 달간 ‘마약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을 동원해 펜타닐 거래를 집중 단속했다. 이어 주 의회도 상황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처벌을 강화했다. 팀 크놉 오리건주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마약 소지 형사처벌을 복원시킨 역사적인 투표”라며 “오리건주는 더 이상 ‘마약 관광 주’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약물 과다 복용과 중독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의회에서 할 일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리건주는 다만 대마초는 종전대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른 지역들도 마약 처벌 강화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는 현금 지원 등 복지 혜택 대상인 저소득 독신 거주자의 마약 중독 검사·치료를 의무화하고, 이를 거부하면 복지 혜택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주민 투표를 5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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