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의 그리스 정교회가 국교인 그리스에서 동성결혼과 동성 부부의 아이 입양이 합법화됐다. 그리스 국민 중 약 98%가 정교회의 신자로, 정교회 국가 중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사례는 그리스가 최초다.
15일 A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이날 정부가 제안한 동성결혼과 동성 부부의 아이 입양을 허용한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76표에 반대 76표로 통과시켰다. 158석을 가진 우파 집권당 신민주주의당(ND) 소속 의원 수십명이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변화운동(파속)을 비롯한 야권이 찬성하면서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00명의 과반수를 채울 수 있었다. 이 법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동성결혼 부부의 입양 등 완전한 친권을 인정한다.
새로운 법은 동성 부부의 아동 입양도 허용했다. 그리스는 시리자 집권 시절인 지난 2015년 동성 파트너를 가진 이들에게 이성 부부와 유사한 수준의 법적 권리와 혜택을 주는 ‘시민결합’을 법제화했으나 당시에는 아동 입양에 대한 조항이 없었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도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새로운 법으로 “그간 우리 주위에 보이지 않았던 이들(성 소수자)가 마침내 눈에 띄게 될 것이며, 그들과 함께 많은 아이들이 알맞은 자리를 찾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오늘날 그리스가 유럽의 가치를 지키는 진보적인 민주국가임을 보여주는 인권의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성소수자 단체 및 지지자 수십명은 아테네 도심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의회의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동성 부부 단체 ‘레인보우 패밀리’의 대표 스텔라 벨리아는 “오늘은 역사적인 순간이자 환희의 날”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교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리스 정교회 수장인 이에로니모스 2세 아테네 대주교는 동성결혼 합법화는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무너뜨려 “그리스의 사회적 결속력을 해칠 뿐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 지지자들은 아테네에서 ‘맞불 시위’를 하며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그리스의 동성결혼과 입양 법제화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는 16개국, 동성 부부가 아동을 직접 입양할 수 있도록 허용한 국가는 17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리스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동성혼이 합법인 국가는 총 37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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