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행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젊고 강단있는 보수’ 이미지로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성을 위협하기도 했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1일 공화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사퇴했다. 40대 백인 남성, 보수 텃밭 지역 출신 예일·하버드대 졸업생, 해군에서 복무했던 전직 검사… 흠 잡을 곳 없이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는 왜 대통령의 꿈 앞에서 좌절할 수 밖에 없었을까.

디샌티스가 사퇴를 발표하기 전인 지난 11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디샌티스가 미국 정치인들에게 주는 교훈’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항마’이자 ‘공화당의 새 얼굴’로 앞길이 창창해보였던 그가 대선 경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코노미스트는 “(디샌티스는) 트럼프의 정책 목표를 갖고 있지만 짐(burden)은 없었고, 강인함은 있지만 무모함은 없었으며, 무엇보다 패배한 기록이 없는 승자처럼 보였었다”고 했다. 그러나 디샌티스는 올 들어 공화당 경선후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크게 차이나는 2위에 머물러 왔고, 심지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바이오기업 창업자인 비벡 라마스와미에도 밀려 3위로 내려앉는 수모를 당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1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그는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영상에서 "나는 캠페인을 그만둔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했다. 공화당 두 번째 경선인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 선거)를 이틀 앞두고 그가 사퇴와 함께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하면서 트럼프의 '대세론'이 굳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엑스 캡쳐

디샌티스의 실패는 ‘사람’을 잃으면서 시작됐다. ‘공화당 최고의 정치 컨설턴트’라고 불리는 수지 와일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캠프부터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까지 경험한 베테랑 선거 전문가인 와일즈는 지난 2018년 디샌티스가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듬해 모종의 이유로 디샌티스가 와일즈를 내쳤다. 결국 2020년 대선부터 현재 경선까지 와일즈는 트럼프 캠프의 최고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디샌티스가 자신의 모든 약점을 알고 있는 강력한 인물을 상대(트럼프) 진영으로 밀어넣은 것”이라고 했다.

이미 차기 대권주자임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출마 선언이 지나치게 늦어진 것도 패착으로 꼽혔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기독교적 보수 이미지를 강화시키려 디즈니 등과 ‘문화 전쟁’에 주력했다. 이 때문에 경선 출마 선언은 몇 달 씩이나 연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2022년 11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지난해 2월 경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디샌티스는 그보다 3개월 늦은 지난해 5월에서야 공식 출마 선언을 할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디샌티스는 경선 참가를 연기하는 동안 트럼프의 폭격에 자신을 노출시켰다”고 짚었다. 실제로 트럼프는 디샌티스가 출마 선언을 하기 전부터 그를 “디사스터(DeSaster)”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미국 대선 공화당 예비후보였던 론 디샌티스(가운데)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7일 아이오와주 그라임스의 맥디보츠 인도어 스포츠펍에서 유세를 마치고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AP 연합뉴스

그러나 그의 대권 도전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 가장 큰 실수는 ‘선거 캠프 관리 실패’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샌티스는 선거 전략을 세우는 데 주요한 결정들을 자신을 후원하는 수퍼팩(특별정치위원회) ‘네버 백 다운’에 의존했다. 그러나 네버 백 다운이 연방선거자금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캠프가 흔들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1월 선거 모금 총책이 “목표 성취가 불가능하다”며 사퇴한데 이어 12월엔 선거 전략을 세운 제프 로(Jeff Roe)도 캠프를 떠났다. 다른 후보들의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지난 10일 열린 TV 토론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캠프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경영하겠느냐”고 디샌티스를 맹공했다.

한편 디샌티스는 이날 후보 사퇴를 발표하면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출마 선언 때와 마찬가지로,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 다수가 도널드 트럼프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어한다는 게 명확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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