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인들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지하에 있는 터널을 확보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알시파 병원에서 발견한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추가 공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지하의 대규모 땅굴망(網)에 인근 지중해에서 끌어들인 바닷물을 퍼넣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해안 지대에 총 5개의 해수 펌프를 설치한 데 이어, 최근 2개의 펌프를 추가 설치하고 땅굴 침수 작전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정확히 언제 이 작전이 시작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작전의 효과에 대한 초기 테스트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이스라엘군이 최소 수일 전 작전을 개시했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기밀 사항”이라며 확인을 거부했다.

앞서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지난 5일 이스라엘 언론에 “하마스의 땅굴을 파괴하기 위해 바닷물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6일 이스라엘군이 지중해 해안에서 파이프 설치 작업을 하는 장면이 사진으로 공개되면서 이스라엘군의 수공(水攻)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가자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는 ‘그들이 범죄자인 것처럼 홍수가 그들을 덮쳤다’는 쿠란 구절이 인용된 전단이 뿌려지기도 했다. 땅굴에 숨어있는 하마스 대원들에 대한 심리전으로 추정됐다.

WSJ는 “하마스의 땅굴을 전부 해수로 채우는 작업은 수 주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총연장이 500㎞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땅굴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2007년부터 15년여에 걸쳐 가자 북부와 남부에 광범위한 땅굴망을 구축했다. 땅굴은 현재 하마스 지도부와 무장 대원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가자 전역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데 쓰이고 있다. 또 무기와 보급품을 은닉하고, 인질을 감금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하마스 땅굴망의 완전 파괴는 ‘지도부 전원 제거’와 더불어 이스라엘의 핵심 목표다. 이스라엘군은 지금까지 가자 지상전 과정에서 총 800여 개의 하마스 땅굴 입구를 발견, 이중 500여 개를 파괴했다. 그러나 수많은 함정과 폭발물들 때문에 땅굴 내부를 속속들이 탐색해 파괴하지는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병력 투입 없이도 땅굴을 파괴할 대안을 강구해 왔다. 대량의 벙커버스터 폭탄 공습, 액체 스펀지 폭탄 주입, 로봇이나 소형 무인기(드론) 등을 투입해 파괴하는 방식 등이다.

WSJ는 “이 중 하나가 바닷물을 이용한 수공”이라며 “이집트가 지난 2015년 팔레스타인 밀수꾼들의 터널을 파괴할 때 썼던 방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과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가자지구의 지하 담수층을 오염시켜 더 이상 지하수를 쓰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거 이집트가 라파 국경을 넘어 가자와 이집트를 잇는 땅굴을 해수로 채우자, 인근 수㎞ 내 농지의 작물이 모두 말라죽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런 우려에도 “하마스의 뿌리를 뽑으려면 반드시 땅굴망을 파괴해야 한다”며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의 절반가량을 장악했으나, 지하 시설을 파괴 못 하는 한 계속 하마스의 공격 위협에 시달릴 것”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