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오렌지 데이 센가와' 카페는 한달에 한번 치매 노인들이 일하는 카페로 변한다./'오렌지 데이 센가와' 홈페이지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치매 노인이 일하는 카페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주목 받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 위치한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한달에 한 번 이른바 ‘주문 틀리는 카페’로 변한다.

이 카페 직원들은 손님이 들어오면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어서오세요)”라고 말하며 크게 환영하지만, 정작 손님의 주문이 시작되면 버벅이기 시작한다.

직원들은 손님의 주문을 잊어버리거나, 메뉴를 잘못된 테이블에 전달하기 일쑤다. 손님이 물 한잔을 마시기 위해 16분을 기다려야 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불평하는 손님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직원들의 실수를 이해하고 함께 웃으며 상황을 받아들인다.

이 날에는 치매 직원들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직원 중에는 85세 노인도 포함됐다. 이 카페를 운영하던 전 주인이 치매에 걸린 자신의 부모에게 한달에 한번 카페 일을 맡긴 것이 이 카페의 시작이었다. 현재 카페를 운영하는 새 주인도 이를 이어오면서 이 카페는 치매 노인들이 일하는 카페로 자리잡았다.

최근 이 카페는 지역 당국과 협력해 해당 지역의 치매 환자들을 연계해 직원으로 채용 중이다. 카페에서 일하는 치매 직원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고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환자들의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일본 도쿄 '오렌지 데이 센가와' 카페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오렌지 데이 센가와' 트위터

이 카페에서 서빙을 맡은 모리타 토시오(85)씨는 “이곳이 즐겁다.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보험 판매원과 지역 협회 회장 등으로 일해온 그는 2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계속 일을 하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던 모리타씨는 이곳에서 일하며 고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치매로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이 손님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16살 딸과 함께 카페를 찾은 아리카와 토모미(48)씨는 이곳에서 서빙하는 치매 노인을 보고 “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이 떠올라 눈물이 날 뻔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도 올해 초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년간 치매를 앓았다고 한다.

일본은 2006년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지금은 인구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일 정도다.

치매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국민 600만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추정했다. 2025년에는 그 수가 73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치매 환자가 병원이나 집에 고립되지 않고 정신적·육체적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2017년 처음 도입된 ‘치매 카페’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