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마고 로비)가 직접 내한까지 했음에도 한국에서 흥행에 죽을 쑤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 ‘바비’가 미국 본토에서는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바비는 지난주 북미에서 5300만달러, 그 외 세계 각지에서 7400만달러를 벌어들여 누적 흥행 수입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겼다. 이 중 절반 가까운 4억5940만달러를 미국에서 올렸다.
바비를 연출한 그레타 거위그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이른바 ‘10억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앞서 영화 ‘원더우먼’의 패티 젱킨스 감독이 갖고 있던 여성 감독 역대 최고 흥행 기록(약 8억2200만달러)을 가뿐히 뛰어넘은 것이다. 바비는 최단 기간에 10억달러를 벌어들인 영화라는 기록도 세웠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에 따르면 바비는 개봉 17일 만에 흥행 수입 10억달러를 올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가 갖고 있던 종전 기록(19일)을 넘어섰다. 미 공영방송 NPR은 최근 여성(she)과 경제(economy)를 합성해, 각계 각층 여성들의 활약에 힘입어 경기가 부양되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 쉬코노미(sheconomy)를 소개하면서, 쉬코노미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영화 바비를 꼽았다.
바비는 1959년 미국 마텔사가 만든 인형 바비를 의인화해 여권 신장의 메시지를 풍자적으로 담은 코미디 영화다. NYT는 “할리우드에는 ‘여성은 남자 영화를 보러 가지만 그 반대는 그러지 않는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며 “여성이 제작하고 여성이 주연하며 여성을 겨냥한 영화는 매력에 한계가 있다는 할리우드의 고집스러운 통념을 보기 좋게 깬 사례가 됐다”라고 분석했다.
바비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요인으로는 ‘복고 열풍’이 꼽힌다. 대부분 미국 여성은 어렸을 적 바비 인형을 갖고 놀았던 추억이 있는데, 이를 영화 소재로 삼아 많은 관객의 공감 코드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마케팅도 성공적이었다는 분석이다. 템플대 경영대학원의 셰리 램버트 교수는 “여성들을 집중 공략한 마케팅도 성공했을 뿐 아니라 특히 장난감이라는 소재를 영화와 결합해 관객들의 소비 심리를 손쉽게 자극했고,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 전략도 흥행에 큰 몫을 했다”라고 했다.
바비는 앞서 핵폭탄 개발 역사를 담은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영화 ‘오펜하이머’와 같은 날 개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전혀 다른 장르의 두 영화 제목을 합성한 ‘바벤하이머’라는 이름으로 장면을 뒤섞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유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윈윈’이 됐다는 분석이다. 오펜하이머도 ‘미성년자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는데도 상영 3주째 전 세계에서 5억5290만달러를 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