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월가의 뉴욕증권거래소(NYSE)/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제일 잘 버는 직업은 은행가가 아닌 변호사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각) 전했다.

WSJ에 따르면 최고위 경영진을 제외한 은행 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주식 보너스를 포함해 100만∼200만 달러(약 13억~26억원)로 파악됐다. 최고 수준 로펌에서 지분을 가진 파트너들은 연간 300만 달러(약 39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체는 “이는 20년 전보다 3배 넘게 증가한 금액”이라고 했다.

WSJ는 금융 컨설팅회사 베이스트리트 어드바이저를 인용해 “은행가들의 업무는 이전과 비슷하지만 보상은 2008년 금융위기 전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했다. 베이스트리트에 따르면 상위 20개 투자은행의 일반 상무이사들은 최근 3년간 평균 연봉 190만 달러(약24억7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과도 같은 금액인데, 물가인상 등을 반영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적은 금액을 벌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반면 변호사들의 몸값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왁텔, 커클랜드, 폴와이스 등 최고 수준 로펌의 엘리트 변호사들은 매년 1500만 달러(약 195억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성과가 좋은 일부 ‘스타 변호사’들은 2000만 달러(260억원) 이상을 연봉으로 받기도 한다.

WSJ는 기업 변호사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고, 수익배분 구조를 바꾼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변호사가 단순히 계약 체결 과정에만 나서는 게 아니라, 기업 승계나 규제 기관과 충돌 과정에도 개입하면서 은행가의 역할을 일부 겸하는 등 넓은 영역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매체는 “은행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는 크지만 상대적으로는 고정적이다”라며 “대형 로펌은 매년 약 4%씩 수임료를 인상하는데, 최고 변호사들을 고용하려면 시간당 2000달러(약 26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대부분 대형 로펌에서는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보상 구조를 개편했다”며 “스포츠팀들이 스타선수들과 계약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과 같은 ‘입찰 전쟁’이 열렸다”고 짚었다.

다만 WSJ는 “이 같이 수입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했다.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스타 변호사들이 그만큼 많은 시간 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변호사 리크루터인 마크 로즌은 “주말에도 하루에 18시간씩 일하는 변호사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