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여학생들이 수도 카불 외곽 한 종교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AFP 연합뉴스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을 노린 독극물 공격이 발생해 약 80명이 중독됐다.

A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3~4일 아프간 북부 사리풀주 산차라크 지역의 인접한 두 개의 초등학교에 있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차례로 공격이 발생해 학생 약 80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모함마드 라흐마니 주 교육국장은 “나스완에카보드 아브 학교에서 60명, 나스완에파이자바드 학교에서 17명의 여학생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말했다. 라흐마니 국장은 “두 학교는 서로 가까이 위치해 있고 차례로 타깃이 됐다”며 “중독된 학생들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지금은 모두 상태가 양호하다”고 했다.

탈레반 당국은 이번 공격이 개인적 원한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 조사 결과 원한을 품은 누군가가 제3자에게 돈을 지불한 정황도 확인됐다. 다만 이번 공격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어떤 독극물이 사용됐는지 등 구체적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다.

AP통신은 2021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후 이 같은 공격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아프간에서는 여학생에 대해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제외하고,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의 교육만 허용되고 있다.

앞서 재집권 당시 탈레반은 여성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을 약속했으나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프간 여성들은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할 수 없고, 남성 보호자 없이 장거리 여행도 금지되며, 놀이공원과 체육관·대중목욕탕 등 대중시설도 이용할 수 없다.

한편 이 같은 독극물 공격은 이란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독극물 공격이 잇따라 일어났다. 당시 수천명의 학생들이 유독 가스에 집단 중독돼 메스꺼움, 두통, 기침, 호흡곤란 등 증세를 호소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누가 이 같은 공격을 벌인 것인지, 어떤 독극물이 사용됐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