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에콰도르가 갈라파고스 군도(群島·무리를 이룬 크고 작은 섬들)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16억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고 4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날 액면가 16억달러의 에콰도르 국채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을 할 정도로 재정난이 악화된 에콰도르는 이번 기회로 갈라파고스 군도 일대의 생태계를 보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만기가 돌아오는 종전의 국채를 갚을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됐다.
최근 전세계 금융회사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그린본드(친환경 사업 투자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나 ‘블루본드(해양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등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있었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서도 이같은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에콰도르와 크레디트스위스의 거래는 자연 유산 보전 차원의 국채 거래로는 금융권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번 국채 거래가 횡령 혐의로 탄핵 위기인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1000㎞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는 19개의 섬과 다수의 암초로 구성돼 있다. 코끼리거북, 바다이구아나 등 고유 생물들이 서식해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영감을 준 섬으로 유명해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린다.
갈라파고스 군도의 공식 명칭은 콜론 군도(Archipiélago de Colón)다. 스페인어로 갈라파고(Galápago)가 바다거북을 뜻해, 콜론 군도보다 갈라파고스 군도라는 명칭이 널리 쓰인다. 갈라파고스 군도는 1832년 에콰도르령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