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주요 7국(G7),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 국가의 무기 지원을 “글로벌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고 말한다. 20일 독일의 연구 조사 기관인 킬 세계경제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기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독일, 폴란드 등 28국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684억9000만달러(약 90조원)에 달한다. 확전을 피하기 위해 직접 참전하는 대신 주로 전투기와 전차, 미사일 등 우크라이나의 무기를 보강하고 있다.

28국 가운데 무기 지원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1위는 미국이다. 지원액이 63.1%인 431억9000만달러다. 전쟁 발발 직후 우크라이나 최전방 수비대에 탄약과 전투기를 보급한 이래 미사일 등 무기를 지원했다. 작년 12월에는 GPS(위성항법장치) 신호를 통해 정밀 타격을 가능하게 하는 정밀유도폭탄 합동직격탄(JDAM) 등을 지원했다. 미국은 19일(현지 시각)에도 3억2500만달러(약 4317억원) 규모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지원 규모가 66억3000만달러로 2위인 영국도 장갑차와 다연장 로켓 등을 중심으로 무기 지원에 나섰고, 올해 1월 들어서는 보스니아, 코소보, 이라크 등에 투입했던 챌린저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2차 세계 대전 패전 이후 분쟁 지역에 무기 지원을 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해온 독일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이 원칙을 처음으로 깨고 나삼스(NASAMS) 지대공 미사일과 PzH 자주포 등 35억7000만달러어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전쟁 발발 한 달 전만 해도 주저했다. 군용 헬멧 5000개만 내놓아 우크라이나로부터 “그 다음은 베개를 지원할 것인가”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자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언론에선 “너무 망설인 것 아니냐”는 논평이 나왔다.

폴란드는 230대가 넘는 T-72 전차와 수십 대의 보병 전투 차량, 미그-29 전투기 등 24억2000만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우크라이나 지원용 군수 물자를 폴란드·우크라이나 국경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립국인 스웨덴도 전쟁 직후부터 대전차로켓 등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다. 1939년 소련의 핀란드 침공 이후 분쟁 지역에 개입하지 않다가 83년 만에 무기 지원에 나선 것이다. 스웨덴 외무부는 작년 5월 “전세계가 평화롭고 민주적인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규탄하는 데 단결하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 무력을 철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젤렌스키 만난 기시다 -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악수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일본과 이스라엘 등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아이언돔(Iron Dome)을 비롯한 군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아이언돔은 약 70km 이내에서 적의 단거리 로켓포·박격포탄 등을 공중에서 격추하는 방공 시스템이다.

이스라엘은 대(對)러시아 관계가 악화될 경우 인접국인 시리아를 둘러싼 안보 위협이 커진다는 이유로 직접적 군사 지원을 주저했었다. 다만 지난달 15일(현지 시각)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공격용 무인기(드론)를 전파로 무력화하는 시스템의 우크라이나 수출을 허용하는 등 무기 지원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일본도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 이후 무기 지원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당시 기시다 총리가 키이우를 찾아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것은 1945년 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 일본 총리의 첫 전쟁 국가 방문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일본에 대(對)전차포 등 제공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이 연내 무기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본은 연내 우크라이나와 군사 기밀을 공유하는 ‘정보 보호 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일본이 미국·영국·호주·한국 등 8국과 맺고 있는 협정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전투 무기의 제공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방위 3원칙’의 예외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에는 전투 무기의 무상 제공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