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시내 거리에서 ‘돈 바람’이 불었다. 2인조 강도가 오토바이 날치기를 하려고 돈 가방을 낚아채는 과정에서 지퍼가 열렸고, 지폐 수백장이 바람에 휘날리게 된 것이다.
2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일간지 라 나시온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벨그라노에서 지난 30일 오토바이 날치기 사건이 벌어졌다. 2인조 날치기 일당이 입금을 위해 7백만 아르헨티나 페소(4250만원)를 지니고 은행으로 향하던 후안 크루스(26)에게 달려든 것이다. 크루스는 돈 가방을 뺏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실랑이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가방이 열려 수백장의 지폐가 거리에 휘날렸다.
현장을 지나던 약 15명의 시민은 지폐를 줍기 위해 범행 장소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날치기 일당은 시민들이 몰려오자 당황해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시민들은 주운 현금을 자신의 주머니에 챙기지 않았다. 모두 크루스에게 전달했다. 결국 크루스는 7백만 페소의 1%에 달하는 7만페소(약 43만원)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회수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이 상황은 맞은편 건물에 거주하던 주민이 찍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아르헨티나는 연 물가상승률 102.5%에 달하는 최악의 경제위기가 닥친 상태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시민들이 일제히 현금을 주워 원래 주인에게 전부 돌려준 게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회수되지 않은 1%의 현금에 대해서는 “바람에 휘날려 더 먼 곳으로 떨어졌다” “한두명이 챙겨갔다” 등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도주한 범인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와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범인들의 행방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