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공룡 JP모건 체이스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제프리 엡스타인과 금융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돼 법원에 소환될 예정이다. 이에 엡스타인의 과거 행적에 관심이 쏠린다.
2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정부는 지난해 JP모건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JP모건이 엡스타인의 고객 자격을 유지해줘, 엡스타인이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돈을 보내고 인신매매를 하는데 용이하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이번 사건으로 다이먼은 JP모건체이스의 CEO직에서 쫓겨날 전망인 것으로 전해졌다.
엡스타인은 미국의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이자,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던 중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미성년자 20여 명을 상대로 성매매한 혐의로 2019년 7월 체포됐다. 이후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수감 도중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수사에 상당한 차질을 빚으면서 피해자들이 분노했다. 미국에선 범죄 용의자의 자살을 ‘죗값을 치르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는 행위’로 보는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앞서 엡스타인은 2008년에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미성년자 최소 36명을 대상으로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바 있다. 하지만 엡스타인은 재판에서 매춘부 상대 성매매 혐의 2건만 인정했다. 그리고 검사와의 감형 협상을 통해 13개월 징역형만 받았다. 종신형을 선고받을 위기였지만, 이례적으로 터무니없는 감형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엡스타인은 사설 감방에서 복역하며 일주일에 6일, 하루 12시간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는 ‘근로 석방’ 제도 특혜까지 받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엡스타인의 ‘호화 인맥’이 감형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엡스타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02년 뉴욕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 15년간 교류했다. 멋진 녀석이다. 그는 나만큼 미녀를 좋아하는데, 그 미녀들이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고 했던 바 있다. 실제로 엡스타인 감형 협상에 참여했던 검사 가운데 한 명이 트럼프 정부의 알렉산더 어코스타 노동부 장관이었던 것이 드러났다. 결국 어코스타는 2019년 엡스타인 체포 7일 뒤 사임했다.
엡스타인 전용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 등 세계적 명사들이 탑승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2000년대 초 해외에 엡스타인과 네 차례 이상 그의 전용기로 다닌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앤드루 왕자 또한 2001년 엡스타인과 함께 17세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피해자와 합의했다.
이외에도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 등 유력 인사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빌 게이츠 전처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이혼의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엡스타인을 꼽았다. 멀린다는 “빌 게이츠와 억만장자이자 성범죄자였던 제프리 엡스타인이 친분을 유지했던 게 싫었다”며 “엡스타인은 혐오스러웠다. ‘악’의 의인화였다. 그를 만난 후로 악몽을 꿨다. 피해 여성들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