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동남쪽으로 150㎞ 떨어진 간스바이 해안에서 발견된 백상아리 사체. 범고래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Marine Dynamics Academy 페이스북

남아공 해안에서 백상아리들이 범고래 한 쌍의 공격에 떼죽음을 당했다.

6일(현지 시각) CBS 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케이프타운에서 동남쪽으로 150㎞ 떨어진 간스바이 해안에서 갈가리 찢긴 백상아리 사체 17구가 발견됐다. 발견된 사체들에서는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됐는데 모두 간이 사라진 상태였다. 해양 연구단체 조사 결과, 범인은 다름 아닌 범고래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해양 동물 보호단체에서 상어를 연구하는 앨리슨 타우너(37)는 “상어의 사체를 보면 가슴지느러미에 범고래 이빨 자국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트’와 ‘스타보드’라는 이름을 가진 범고래 한 쌍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015년 케이프타운 근해에서 처음 발견된 이 범고래들은 보통 돌고래나 백상아리보다 작은 상어 종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들이 상어를 사냥하는 모습이 드론 카메라에 직접 포착되기도 했다.

'스타보드'를 포함한 범고래 3마리가 상어를 공격하고 있는 모습이 지난해 10월 포착됐다. /@dronefanaticssa 인스타그램

현지 다이빙 단체의 해양 생물학자 랄프 왓슨(33)은 “지금까지 총 20마리의 백상아리 사체를 발견했다”며 “하나같이 가슴 부위가 찢긴 채 간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어의 간은 매우 영양가가 높다”면서 “포트와 스타보드의 공격 기술은 ‘외과 수술’처럼 정교했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공격은 먹이 사슬의 섭리일 뿐, 백상아리 개체 수에 위협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되레 인간의 불법 포획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왓슨은 “매년 수십만 마리의 상어가 바다에서 잡히고 있다”며 “두 마리의 범고래가 백상아리 한 종을 멸종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