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각) 인도 아메다바드의 밀 농장에서 인부들이 밀이 든 포대자루를 옮기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시장에서 밀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식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최근 인도가 갑작스럽게 밀 수출 금지를 발표하면서 식량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유로넥스트 시장에서 밀 가격은 1t(톤) 당 435.25유로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13일 기록했던 최고가인 422유로를 나흘 만에 깬 것이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도 밀 선물 가격은 5.94% 상승해 부셸당 12.475달러를 기록,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은 13일 밤부터 밀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올봄 이례적인 더위로 인한 밀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에 따른 식량 안보 위험 때문에 자국 밀 수출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일부 지역에서는 밀과 밀가루 가격이 20%에서 최대 40%까지 올랐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그간 전 세계 밀 수출량의 4%를 담당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밀 수출량의 25%를 차지하던 두 나라의 밀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인도의 밀 수출량이 급증했다. 인도는 앞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밀 공급 부족을 일부 해소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으나, 팬데믹으로 감소한 재고물량 2000만톤이 언제 소진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수출을 중단했다.

인도의 밀 수출 금지 조치가 글로벌 식량 위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7개국(G7)은 “인도의 밀 수출 중단이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버트 레니 웨스트팩은행 글로벌 시장 전략 책임자는 “특히 개발도상국들과 인도의 밀 수출에 의존하는 주변국들에 식량 부족 사태가 악화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