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자행하고 있는 민간인 약탈 행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가정의 가전제품과 귀금속, 문화재에 이어 농기계와 곡물, 건축자재까지 쓸어가고 있다.

미 CNN은 1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멜리토폴의 한 대형 농기계 판매·대여 업체에서 모두 27대의 농기계를 강탈해갔다고 보도했다. 이 중 콤바인 수확기는 컴퓨터로 원격 조정이 가능한 최신형 ‘스마트 농기계’로 한 대 가격이 30만달러(약 3억7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 운영자는 “처음에는 콤바인 수확기 두 대와 트랙터 한 대, 파종기 한 대를 가져가더니, 나중에는 다른 농기계들도 쓸 만한 것은 다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저장된 곡물과 각종 건축자재도 마구잡이로 걷어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와 물류난, 전쟁 등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러시아 내 모든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러시아군이 농민들에게 “판매 이익을 50대50으로 나누자”며 곡물 운송을 종용하는 사례도 나왔다. CNN은 “러시아군 내에 이런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집단이 아침저녁으로 번갈아가며 약탈을 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러시아 군사 요충지 벨고로드에서는 1일 우크라이나군 공격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벨고로드와 다른 2개 자치구의 경계선에 위치한 러시아 국방부 소속 군사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피해 정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벨고로드에서는 한 달 전에도 석유 저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달 18일과 24일에는 군사 시설이 포 공격을 받기도 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마리우폴시 의회는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군이 지난 2개월간 마리우폴에서 살해한 민간인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며 “2차 대전 때 나치 독일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1만명)의 2배가 넘는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 밖에도 4만여 명의 마리우폴 시민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고 시 의회 측은 주장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현대사에서 가장 끔찍한 집단 학살 중 하나가 마리우폴에서 벌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