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PHEIC는 갑작스럽고 예기치 못한 질병이 국제적으로 유행할 때 국제보건규정(IHR)에 따라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국제 보건 경보로, 과거 사스·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때도 선포됐다. 블룸버그는 “WHO 보건 전문가들이 PHEIC 종료 시점과 방법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당장 선언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종료 선언은) 코로나 대응의 중대 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WHO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 확진 사례가 미국·일본·독일 등 각국에서 확산하던 2020년 1월에 PHEIC를, 40여 일 뒤에는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했다. WHO가 이 같은 내부 논의를 시작한 것은 최근 세계적 코로나 추세를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WHO에 따르면, 3월 첫주 전 세계 코로나 신규 확진 건수는 전주보다 5% 감소한 1000만여 건이다. 주간 사망자는 8% 줄어든 5만2000여 명이다. 한국·중국·일본 등이 포함된 서태평양 지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쏟아지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차츰 안정화 국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가 섞인 ‘델타크론’ 변이까지 발견됐지만, 전문가들이 두려워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결론 내리는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도 줄어드는 추세다. WHO는 PHEIC 종료 선언이 코로나 대처 국면에 미칠 영향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여전히 여러 아시아 국가가 기록적 감염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에선 독일이 최근 급증세로 돌아서고 있다”면서도 “여러 국가가 이미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마스크 의무 착용과 방역 지침 완화 같은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하와이주가 오는 26일부터 마스크 의무 착용 지침을 해제한다고 밝히면서 50개 주 전역에서 마스크 의무화 조치가 풀리게 됐다. 일본 정부도 코로나 유행 국면이 끝날 것으로 보고 내수 진작을 위한 국내 여행 진흥책인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을 재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