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난쟁이로 나오는 티리온 라니스터 역을 맡아 유명세를 치른 할리우드 배우 피터 딘클리지(56)가 월트디즈니컴퍼니(디즈니)의 실사화 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비판했다. 원작과 달리 라틴계 배우에게 백설공주 역할을 맡기면서, 난쟁이들은 그대로 등장하는 계획이 위선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피터 던클리지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 관해 “위선적이다”라고 말했다. 신장이 132cm인 왜소증을 가진 그는 “누구에게도 악의는 없다. 다만, 그들은 라틴계 배우를 백설공주로 캐스팅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걸 보고 나는 당황스러웠다”며 “한발 물러서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디즈니는 1937년 공개한 세계 최초의 풀컬러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실사화 계획에 관해 “원작을 그대로 따를 생각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어머니가 콜롬비아 출신인 라틴계 배우 레이첼 제글러(20)가 주인공 백설공주 역할을 맡았다. 이를 두고 흰 피부가 특징인 ‘백설공주’와 어울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피터 던클리지는 “어떤 면에서는 진보적이다”며 “그런데 아직도 난쟁이 7명이 동굴에 사는 말도 안 되는(f***ing backwards) 이야기를 만든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렇게 주장한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나 보다. 목소리가 작았던 거 같다”며 “어떤 제작사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걸 자랑스러워하더라”고 했다.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배우나 제작사를 존중하지만, 나는 ‘대체 뭐 하는 거야’라는 생각만 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비판은 원작에서 묘사된 난쟁이가 서구권 문화에서 바라보는 고정적인 시각에서 그려졌기 때문이다. 난쟁이는 모두 장난꾸러기이고, 감정적으로 조절을 못한다는 식이다. 피터 던클리지는 “난쟁이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그런 배역은 맡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개적으로 밝혔다.
디즈니는 다음날인 25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원작의 고정관념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난쟁이 커뮤니티와 긴밀히 협조하고 논의 중”이라면서 “영화가 실제 제작을 시작할 때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버라이어티 등 외신들은 실사화 영화에 나오는 난쟁이 배역에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원작이 여성에 관한 고정관념이 있다는 비판을 받자 이후 리메이크 작품에서는 왕자가 공주를 키스로 구하는 장면, 거울이 백설공주가 제일 아름답다고 하는 장면 등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실사화 영화는 연내 제작을 시작한다. 감독은 ‘500일의 썸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마크 웹이 맡으며, 계모이자 왕비 그림하일드는 ‘원더우먼’ 갤 가돗이다. 개봉일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