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고 데이빗 핀처가 감독한 영화 ‘파이트 클럽’은 인상적인 결말로 많은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전혀 다른 결말의 버전이 서비스되고 있다고 한다. 당국의 검열로 인해 편집된 것이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 파이트 클럽은 텐센트비디오를 통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결말의 결정적인 부분이 5분 잘려나가고, 전체적으로 12분 줄어든 버전이라고 SCMP는 전했다. 결말에서 주인공이 총을 쏘는 장면과 건물이 폭발하는 장면 등이 잘려나갔다. 대신 결말에 대한 설명이 영어 텍스트로 제공된다. 주인공이 제공한 단서를 바탕으로 경찰이 테러 계획을 신속하게 파악해 모든 범죄자를 체포했다는 내용이다. 경찰이 테러 행위를 저지했다는 ‘교훈극’이 된 셈이다. 텐센트는 파이트 클럽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새로운 결말’은 현지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 SCMP는 전했다. 한 네티즌은 “중국 대중들이 검열된 영화에 익숙하다고 해도 완전히 다른 결말을 만들어낸 것은 너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차라리 이 영화를 서비스하지 않는 게 낫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영화도 아니니까”라고 비꼬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 미신적이거나 체제에 대항하는 요소가 영화 내외적으로 있을 경우 엄격히 검열한다. 마블 코믹스 ‘엑스맨’ 시리즈의 캐릭터 ‘울버린’의 최후를 다룬 영화 ‘로건’은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17분 분량이 삭제됐다. 2019년 ‘조커’는 폭력적 묘사로 인해 아예 상영이 금지됐다.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노매드랜드’는 한동안 큰 관심을 받았다. 미국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외돼 떠돌이 생활을 하는 인물을 그려낸 데다, 영화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 감독이 중국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하지만 자오 감독의 반중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며 상영이 취소됐다.
한 영화 제작자는 SCMP에 “검열 당국은 때때로 삭제할 장면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한다”며 “대부분은 폭력적이거나 음란한 장면, 또는 악당이 승리해서는 안 된다는 ‘가치’와 관련한 장면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