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 시각)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의 해저 화산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위쪽). 아래는 지난 14일 대규모 화산 폭발이 발생한 뒤 같은 장소를 18일 촬영한 모습. 육지 285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맥사 테크놀로지

대규모 해저 화산 폭발이 휩쓸고 지나간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의 피해 상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화산이 폭발한 곳에선 여의도 크기의 육지가 사라졌다. 수도 누쿠알로파를 비롯한 해안가 휴양 시설은 파도에 쓸려나가고, 화산재로 뒤덮여 쑥대밭이 됐다.

17일(현지 시각) 유엔 위성사진 분석 기관(UNOSAT)과 미국 우주기술 업체 맥사테크놀로지 등이 공개한 통가 일대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해저 화산 폭발로 이곳에 있던 285만㎡ 육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서울 여의도(290만㎡)에 육박하는 면적이다.

영국 BBC 등 외신은 통가에 거주하던 영국 출신 여성 앤절라 글로버(50)가 이번 화산 폭발로 인한 첫 사망자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돌보던 유기견들을 구하러 동물보호소로 향하다가 쓰나미에 휩쓸렸다고 한다. 통가 정부는 글로버와 망고 섬의 65세 여성, 노무카 섬의 49세 남성 등 3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화산 폭발로 해저 통신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통가 현지의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이 늦어지고 있다. AFP 통신은 케이블 수리에 2주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인근 국가는 정찰기를 보내 피해 규모 파악에 나섰다. 구호품을 실은 비행기는 주요 공항 활주로에 쌓인 화산재 탓에 착륙하지 못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 관계자는 “구호품을 실은 해군 함정이 통가에 도착하기까지 3일가량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티 그린우드 국제적십자연맹(IFRC) 태평양 지역 단장은 BBC 인터뷰에서 “통가 전역에 걸쳐 최대 8만명이 피해를 당했을 것”이라며 “다행히 주요 인구 중심지까지 재앙이 닥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OCHA)은 “화산 활동이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기수로 나와 ‘통가 근육남’으로 알려진 피타 타우파토푸아(39)는 “다른 국가들이 어려움에 처한 통가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하며 구호금 모금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