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카라니아 제도에 있는 그란 카나리아 섬이 유명 관광지에서 성관계를 하는 커플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18일 CNN에 따르면 환경 관리 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Management)은 최근 ‘모래, 태양, 바다, 낯선 이들과의 섹스’란 제목의 논문에서 그란 카나리아 섬에 있는 마스팔로마스 사구(Dunas de Maspalomas)에서 298개의 성관계 장소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CNN은 “유명 관광지나 역사적인 장소가 쓰레기로 뒤덮여 몰지각한 관광이 비난을 받은 가운데 이젠 성관계를 하는 관광객들이 유럽 해변을 훼손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문 저자들은 관광객들의 행동이 그란 카나리아 해안 보호구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2018년 5월 게이 프라이드 축제가 열린 기간부터 마스팔로마스 사구 지역을 조사했다. 주로 빽빽한 초목지대나 모래 언덕의 움푹 팬 곳에서 성관계 장소가 발견됐으며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구역 안에서도 56곳의 성관계 장소가 발견됐다.
초목과 모래를 제거하고 울타리를 치는 등 관광객들이 직접 자신들만의 성관계 ‘둥지’를 만든 흔적도 발견됐다. 이뿐 아니라 관광객들은 담배, 콘돔, 화장지, 물티슈, 캔 등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떠났고 모래 언덕을 화장실처럼 사용했다. 연구원들은 관광객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모래 언덕 뿐 아니라 그란 카나리아의 8개 토종식물의 식생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논문 저자 패트릭 헤스프는 기고문을 통해 이 섬의 명물로 꼽히는 그란 카나리아 자이언트 도마뱀이 성관계 커플들이 버리고 간 콘돔을 먹고 죽은 채 발견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헤스프는 “모래 언덕에서의 성관계가 공개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며 “관광객에게 성관계 중단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로 인한 피해를 인식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비단 성관계 뿐 아니라 매일 수백 명이 모여들어 오프로드 주행을 하는 등 모래 언덕을 손상시키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마스팔로마스 사구는 그란 카나리아 섬의 남쪽 해안에 있는 거대한 모래 언덕이다. 1755년 지진 이후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생겨났으며 북동풍에 날아온 모래들이 수년에 걸쳐 쌓여 형성됐다. 마스팔로마스 사구는 매일 모습이 달라지는 ‘이동 사구’로, 현재는 40년 전보다 더 남쪽으로 이동했다. 404㏊ 넓이의 해안가에 만들어진 이곳은 1982년 특별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